마오타이酒 담보로 은행 대출도?…에르메스와 닮은 마케팅 전술

입력 2020-12-10 17:25
수정 2020-12-11 02:26
세계 주식시장엔 진기한 회사가 하나 있다. 코카콜라보다 높은 주가를 자랑하는 술 제조회사 마오타이다. 지난 11월 말 기준 마오타이의 시가총액은 약 2조2500억위안. 한화로 약 380조원으로 삼성전자에 육박한다. 매출은 13조원으로 삼성전자의 5~6%에 그친다. 대체 무슨 이유로 이 회사 가치가 높이 평가되는 걸까.

마오타이는 중국 홍군에게 특별한 술이다. 홍군이 장제스의 국민당과 치열한 접전을 벌이며 1만5000㎞에 달하는 대장정을 할 때였다. 구이저우성 마오타이진이란 곳에서 홍군은 항복이냐, 전투냐 결정을 내려야 했다. 군량미는 떨어지고, 부상병도 많아져 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곳엔 좋은 수수로 빚은 증류주가 있었다. 홍군은 이 술을 마시며 전투 의지를 다졌다. 치료제로도 썼다. 홍군에게 ‘영혼의 술’이 된 마오타이였다.

이후 마오타이는 중국 4대 명주에 들었다. 마오쩌둥 주석은 외국 수뇌부와 만찬 자리에 늘 갖고 다녔다. 닉슨 대통령이 방중했을 때 저우언라이 총리가 만찬주로 쓰면서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2018년 김정은 위원장이 방중했을 땐 2억원짜리 마오타이가 등장해 화제가 됐다.

마오타이 대표 제품인 비천 마오타이 가격은 국내에서 약 40만~50만원, 중국에선 25만원 안팎이다. 웬만한 고급 위스키보다 가격이 높다. 마오타이는 2000년대 초반 가격을 낮춘 저가형 제품을 내놨다. 마오타이 영빈주, 마오타이 왕자주 등이다. 4만~11만원에 살 수 있게 되자 입문자들은 점점 더 비싼 마오타이를 찾았다.

마오타이의 마케팅 전략은 명품 에르메스와 비슷하다. 1997년 신라호텔과 갤러리아 명품관에 입점한 에르메스는 제품 가격이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로 비쌌다. 에르메스는 비교적 저가에 살 수 있는 스카프, 도금한 펜던트, 벨트, 시계 등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았다. 수십만원에 액세서리를 구입한 소비자들은 이내 수천만원짜리 제품을 샀다. 인생 최대 쇼핑 타임인 혼수품 목록에 1000만원이 넘는 초고가 에르메스 백이 오르게 된 배경이다.

고가 제품 가격을 계속 올려 중고 가격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에르메스 전략도 마오타이와 비슷하다. 소장하는 것만으로 재테크가 된다. 중국에서 마오타이는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은행에선 마오타이를 담보로 대출해주기도 한다. 자금난에 빠진 중국 백화점이 마오타이 제품 16만 병을 담보로 약 400억원을 조달한 사례가 있다. 현재 이 술은 병당 1499위안이다. 은행은 이보다 100위안 낮은 1399위안으로 계산해 담보로 잡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숙성돼 맛이 좋아진다는 것이 가격 상승의 배경이다.

마오타이가 늘 빨리빨리, 싼 가격만 추구해온 우리 주류업계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시간이 갈수록 가치가 높아지는 숙성 증류주는 세계 최고 명품과도 견줄 만하다는 것이다.

명 욱 < 주류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