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회사의 조직문화는 어떻게 형성될까. 누군가는 회사의 역사를 이야기할 것이고, 누군가는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할 것이다. 이 질문에 ‘공간’이라고 답하는 경우도 있다. 건축업계에서는 공간이 회사 문화를 조성하는 사례로 코오롱그룹의 서울 마곡 신사옥 코오롱 One&Only타워를 든다. 과거의 조직문화를 담고, 미래에 담아가고 싶은 문화도 강조했기 때문이다. 이 건물은 2018년 ‘제36회 서울시 건축대상’에서 최우수상과 시민공감특별상을 받았다. 같은 해 국토교통부가 주최한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도 우수상을 수상했다. 올해에는 세계적 권위의 ‘국제건축대상 2020’ 기업업무빌딩부문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조직문화와 제품을 공간에 담다
이 건물은 “공간이 조직의 문화를 만들고 일하는 방식을 변화시킨다”는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철학을 그대로 반영했다. 2015년 첫 삽을 뜬 뒤 30개월의 공사기간을 거쳐 2018년 완공됐다. 연면적 7만6349㎡에 지하 4층~지상 10층 등 3개 동(연구동 사무동 파일럿동)으로 구성돼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생명과학 코오롱글로텍 등 코오롱 계열사의 연구개발 인력과 본사 인력까지 1000여 명이 입주해 있다.
설계를 맡은 모포시스건축설계사무소는 코오롱그룹의 조직문화와 제품을 그대로 설계에 담았다. 비정형(非定型) 건축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모포시스는 2005년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톰 메인이 설립한 회사다.
건물 외관은 높이 2.8m, 폭 3m의 하얀 삼각형 모듈로 이뤄져 있다. 니트를 늘렸을 때 나타나는 직조 무늬 패턴을 모티브로 했다. 이 삼각형 모듈은 일명 ‘슈퍼 섬유’로 불리는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아라미드 섬유인 헤라크론을 첨단 신소재인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에 활용해 만들었다.
대표적인 내부 공용공간인 그랜드스테어(대계단)의 상단 측면 벽장식도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생산하는 에어백과 샤무드(초극세사 부직포형 인조가죽), 코오롱글로텍의 카시트와 인조잔디, 그리고 코오롱머티리얼의 섬유소재를 활용했다. 코오롱의 소재와 기술력을 적용해 독특한 공간을 창출한 셈이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내부 장식 소재는 공용공간에서 나오는 각종 소리를 빨아들여 소음을 줄이는 흡음재로도 기능하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경계를 넘어 소통하는 공간
건물 내부는 임직원이 협업하고 소통하는 공용공간에 중점을 두고 설계했다. 코오롱 마곡 사옥에는 연구개발 인력뿐 아니라 영업, 마케팅, 지원 등 관련 인력이 함께 근무한다. 연구개발 단계부터 아이디어와 정보를 영업 및 마케팅 부서와 빠르게 공유하게 해 직무 시너지가 나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코오롱은 그동안 직급과 직종, 회사의 경계를 넘어 서로 소통하고 협력한다는 코오롱만의 기능적 교차소통(CFC)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구해 왔다. 마곡 사옥에도 임직원의 네트워킹과 소통에 최적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연구동과 사무동 중간에 가든 카페를 비롯해 코오롱의 다양한 제품을 응용한 회의실 공간과 아이디어룸, 대강당, 직원식당과 휴게실 등을 배치했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효율성만을 고려한 기존 바둑판식 배열에서 과감히 벗어나 유연한 공간감으로 창의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환경을 꾸몄다”고 말했다.
공용공간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그랜드스테어다. 연구동 건물 2층부터 4층까지를 연결하는 계단으로 노천극장 같은 개방형 장소다. 전시, 강연, 패션쇼 등 다양한 행사를 할 수 있어 공간에 기업문화를 담아 재해석한 대표적인 곳으로 꼽힌다. 이곳은 코오롱 직원들이 가장 만족해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내부임에도 건물 천장까지 탁 트인 개방감이 돋보인다.
건물의 구조와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한 에너지 절감 시스템도 도입했다. 태양광 발전판을 통해 집적된 전기와 자연 복사열, 지열을 이용한 냉난방으로 열효율을 극대화했고 공기를 재순환하는 각종 시스템과 내부 설계로 공용공간의 에너지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건물 외관의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 패널은 태양의 고도, 입사각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반영해 냉난방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