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펀드 실험' 성공했나…첫 1000억 펀드 탄생

입력 2020-12-10 16:00
수정 2020-12-10 17:21

카카오 계열 카카오페이증권이 전속판매하는 5개 펀드 가운데 첫 ‘1000억원 펀드’가 등장했다. 카카오페이증권 영업 개시 및 펀드 판매 이후 10개월만에 이뤄낸 성과다. 카카오의 증권업 진출 당시 펀드판매 중심의 사업모델에 의구심을 품었던 증권업계에서도 “전멸한 줄 알았던 개인투자자의 펀드투자 수요를 되살리는데 성공했다”라는 평가가 나온다.

펀드정보회사 제로인에 따르면 키움투자자산운용의 '키움똑똑한4차산업혁명ETF분할 펀드'는 10일 기준으로 순자산 1027억원, 설정액 795억원을 기록했다. 이 펀드는 카카오페이증권을 통해서만 판매된 펀드로, 설정시점은 1월이지만 실질적인 판매는 2월부터 시작됐다. 머니마켓펀드(MMF) 등 채권형 펀드를 제외하고 올해 설정된 국내 공모펀드 가운데 9번째로 많은 설정액을 기록했다. 똑똑한4차산업혁명 펀드를 비롯해 카카오페이증권이 단독 판매를 맡은 5개 펀드의 설정액은 10일 기준 1197억원으로 집계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카카오페이증권이 개인 대상 소액 펀드판매 시장을 되살렸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들의 펀드 영업은 주로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공모펀드의 수익률이 수년째 부진을 면치 못하자 개인들이 스스로 선택을 내리는 직접투자로 선회해 리테일 시장이 위축됐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펀드 판매의 프레임을 '부자들을 위한 고액재테크'에서 '소액으로 나눠넣는 소소한 투자'로 바꾸는데 주력했다. 펀드의 가입 단위를 1000원까지 낮추고, 거스름 돈을 모아 펀드에 가입하면 혜택을 주는 '알 모으기' 등 마케팅 기획을 실시했다. 이를 통해 100만명의 펀드가입자를 유치하고, 한달에만 800만건의 투자가 이뤄지는 등 펀드투자의 대중화에 성공했다는 것이 카카오페이증권 측 설명이다. 카카오페이증권을 통해 펀드를 판매하는 한 자산운용사 마케팅 담당자는 "카카오가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가입자 유치에 나설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내 투자자들의 트렌드에 맞는 적절한 펀드설정도 흥행에 기여했다. 똑똑한4차산업혁명ETF분할펀드는 키움투자자산운용이 보수는 최소화하면서,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 투자하려는 개인 수요를 공략하기 위해 개별 종목이 아닌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EMP(ETF Managed Portfolio)펀드로 준비한 상품이다. 올들어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투자가 대폭 확대되고, 똑똑한 4차 산업혁명펀드가 연초이후 29.18%의 높은 수익을 올리면서 흥행에 성공했다는 설명이다.

카카오가 개인을 상대로 한 공모펀드 판매를 흥행시키면서 시장의 시선은 후속주자인 토스증권으로 향한다. 카카오에 이어 국내 핀테크 기업 가운데 두번째로 증권업 시장에 진출하는 토스는 금융상품 판매 위주의 카카오와 달리, 리테일 브로커리지(위탁매매)를 사업의 핵심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토스 관계자는 "주식 투자 경험을 보다 쉽고 대중적으로 바꿀 수 있도록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며 "금융상품 판매는 투자자들의 성향을 파악하면서 필요에 따라 준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