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中 압박 '지피지기 전략'…USTR 수장에 '40대 중국계'

입력 2020-12-10 17:24
수정 2021-01-09 00:31

조 바이든 미국 차기 행정부의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 ‘중국과의 경쟁에서 공격적이고 대담한 조치’를 강조해온 중국계 여성 캐서린 타이(45)가 내정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 등 현지 언론들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타이는 USTR 변호사로 일하며 중국과의 무역 분쟁을 성공적으로 다뤄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타이의 발탁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분석된다.

바이든 정부의 초대 통상장관으로 낙점된 타이가 의회 상원 인준을 받게 되면 USTR 설립 57년 만에 아시아 여성으로는 물론 유색인종 여성으론 처음 ‘통상 사령탑’에 오르게 된다.

타이는 미 코네티컷주에서 태어나 워싱턴DC에서 자란 중국계 미국인이다. 예일대와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중국어에 능통하며 중국 광저우에서 2년간 지내며 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치기도 했다. 법원과 로펌 등에서 활동했던 타이는 2007~2014년 USTR 변호사로 자리를 옮겨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벌어지는 중국과의 무역분쟁을 처리했다. 이어 2017년부터 미 하원 조세무역위원회의 수석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의회 보좌진에서 장관급으로 ‘파격 발탁’이지만 타이는 민주당 내 중도파와 진보진영, 여성 의원 등 광범위한 그룹으로부터 USTR을 이끌 최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시민단체인 ‘글로벌 트레이드 워치’의 로리 왈라치 대표는 WP에 타이가 무역, 특히 중국 관련 무역에 관해 “백과사전적 지식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타이는 지난 8월 미국진보센터 주최 포럼에서 “중국과의 경쟁과 관련해 공격적이고 대담한 조치를 옹호하는 정말로 강력한 정치적 지지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에 대해 관세보다 더 나은 공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시정하기 위해 ‘트럼프식 관세전쟁’ 대신 동맹국과의 연대를 통한 대중국 압박을 강조하는 바이든의 통상 정책과 일맥상통한다.

타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하기 위해 체결한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의 의회 비준 과정에서 강력한 미국 노동자 보호 조항을 관철해 민주당 내에서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이 때문에 타이가 USTR 대표가 되면 각종 무역협정에서 미국 일자리와 노동계에 불리한 조항들을 없애려 할 가능성이 있다.

뉴욕타임스는 “바이든이 미국 내 경쟁력 강화가 이뤄지기 전에는 새로운 무역협상을 시작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바이든의 통상 대표는 여전히 할 일이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무역 규칙들이 국제적으로 적절히 집행되도록 하고, 이 과정에서 기후변화 대처, ‘바이 아메리칸’(미 연방정부의 미국 제품 우선구매)’ 등 바이든 공약을 촉진하는 것을 새 통상 수장의 과제로 꼽았다.

최근 중국 주도로 아시아 15개국이 참여한 세계 최대 규모의 무역협정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출범한 만큼 바이든 정부가 대항마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재가입에 속도를 낼지도 주목된다. TPP는 원래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에 반한다며 탈퇴해 지금은 일본 호주 캐나다 등 11개 아시아·태평양국가가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라는 이름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바이든이 ‘미국 경쟁력 강화가 우선’이라고 밝힌 만큼 취임 초에는 어렵겠지만 중국 견제를 위해 결국엔 TPP에 재가입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