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MMCA)이 전시한 한 작가의 작품과 관련해 혐오 논란이 일고 있다. 작가가 여성 신체와 유사한 성인용품인 ‘리얼돌’을 소재로 한 작품을 전시하고 있어서다. 이 작가는 ‘올해의 작가상’ 후보에도 올랐다. 일부 예술가 단체는 “예술은 여성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할 수 없다”며 전시 취소 및 후보 자격 박탈을 요구하고 있다.
10일 예술계에 따르면 국립현대미술관과 SBS문화재단이 주최한 ‘올해의 작가상 2020’ 후보 정윤석 작가의 리얼돌을 소재로 한 작품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지난 4일부터 전시되고 있다. 정 작가는 공장에서 리얼돌을 제작하는 과정과 리얼돌을 파트너로 여기며 함께 생활하는 남성을 소재로 장편영화를 제작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정 작가의 작품에 대해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개인들이 선택하는 삶의 모습들을 통해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고 소개했다.
온라인에서는 정 작가의 작품이 ‘여성혐오’라는 비판이 나온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예술이랍시고 항상 여성을 성적대상화하는거 지긋지긋하다” “국현(국립현대미술관)이 생각하는 인간에는 여성은 포함되지 않는 거냐” “혐오할 자유를 위해 약자의 기본권을 희생시키는 것이 예술인가”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올해의작가상_정윤석_후보박탈하라’는 해시태그를 단 게시글도 있다. 정 작가를 포함해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각각 4000만원의 창작후원금을 받았으며, ‘2020 올해의 작가’로 최종 선정되면 상금 1000만원을 추가로 받는다.
국립현대미술관 인스타그램에도 수백개의 항의 댓글이 달리고 있다. 평소의 20~30배에 달하는 양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인스타그램 관리자는 “예술작품에 대한 관람객들의 비판과 논의는 충분히 가능하며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동시대 미술에서는 불가피한 면도 있다”고 답하는 댓글을 남겼다.
일부 예술가 단체도 항의하고 있다. 예술가 단체인 ‘루이즈 더 우먼’은 정 작가의 후보 자격 박탈과 국립현대미술관의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작가 정윤석이 재현한 섹스돌 이미지는 여성 성별에 특정된 성적 도구화를 전제하고 있으며, 따라서 인간 보편의 문제를 중립적으로 다룰 수 없다”며 “실존하는 여성의 신체를 성적인 목적으로 왜곡한 섹스돌 이미지를 통해 ‘인간다움’을 보여주겠다는 시도는 그 의도부터 기만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