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생후 16개월 입양아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엄마 장모씨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남편 A씨는 아동유기·학대 방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이정우)는 9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아동복지법 위반(상습아동학대·아동유기·방임) 등 혐의로 장씨를 구속 기소했다. 엄마는 학대, 아빠는 학대 알고도 방임 장씨는 지난 10월 자신이 입양한 B양(16개월)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지난달 11일 아동학대 치사 혐의를 받는 장씨에 대해 "도망갈 염려가 있고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B양은 사망 당시 소장과 대장 장간막열창, 췌장이 절단돼 있었다. 이에 따른 막대한 출혈로 사망에 이르렀다. 검찰은 장 씨가 발 또는 무거운 물체로 B양의 등을 내리찍어 장 파열로 숨지게 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외에 머리뼈와 갈비뼈, 쇄골, 다리뼈 등 곳곳이 부러져 있거나 부러졌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으로 검찰은 조사했다.
검찰은 남편 A씨에 대해 아동유기·학대 방임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그는 B양이 골절과 출혈이 있고, 장씨로부터 B양 학대를 암시하는 문자를 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B양은 어린이집에 가지 않고 가정에서 양육되던 동안 몸무게가 혐전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씨는 올 초 생후 6개월이던 B양을 입양했다. “친딸에게 여동생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이유로 입양을 택했다. 그러고 한달이 채 지나지 않아 학대를 시작했다. 세 차례 학대신고에도 '늑장 대응' B양은 지난 10월 복부와 뇌가 손상된 채 병원에 실려 왔다. 당시 이를 본 의료진이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며 경찰에 신고해 수사가 시작됐다.
B양이 사망에 이르기 전 학대 신고는 3차례 있었다. 그때마다 경찰과 아동보호기관은 학대 증거를 찾지 못해 B양을 다시 부모에게 돌려보냈다. 이를 두고 '부실 대처' 논란이 있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B양 학대 신고를 방조한 양천경찰서 관계자를 징계해달라’는 글도 올라왔다.
비판이 거세지자 경찰은 지난 4일 영아학대 신고를 부실 처리한 서울 양천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 등 직원 11명을 징계 조치했다. 경찰은 지난 2일 교수와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시민감찰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4~2018년 5년간 국내에서 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자녀는 132명이다. 반면 지난해 아동학대범죄 처벌 특례법을 위반한 267건 중 실형 선고는 33건(12.3%)에 그쳤다.
검찰도 지난 1일 아동학대사건관리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검찰은 이날 관리회의 결과 내용을 발표하며 의료기관 간 아동학대의심 환자의 진료기록 공유, 수사 및 피해자지원에 관한 원스톱 시스템 마련, 신고의무자 고지제도 도입여부 검토 등 제도 마련을 촉구했다.
검찰 관계자는 "아동학대 입증 등이 까다로워 아동학대 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과태료 부과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관리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입법건의 등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