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처리를 두고 국회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의석수 차이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통과는 막지 못했지만, 법안 처리 과정에서 야당이 '야성(野性)'을 보여줬다는 내부 평가가 나온다. 당내에선 초선 의원들의 청와대 앞 1인 릴레이 시위가 야성을 깨웠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공수처법 막지는 못했지만 야성 보인 국민의힘법사위는 지난 8일 야당 의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수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은 지난 7일부터 법사위 회의실 앞 피켓 시위를 진행하며 공수처법 통과를 저지하려 했다. 아울러 국회 로텐더홀에서 철야 농성을 이어왔다.
앞서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은 지난 4일 1인 릴레이 시위를 마치며 "투쟁의 무대를 국회로 옮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초선 의원 58명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배제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 실시를 촉구하기 위해 지난달 27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1인 릴레이 시위를 진행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공개 질의서를 제출하기 위해 청와대 연풍문을 찾았으나 거절당한 것이 1인 릴레이 시위의 계기가 됐다. 다소 즉흥적이라는 평가도 초반에는 당내에서 제기됐지만 의원들이 즉흥적으로 현장을 찾기 시작했다.
당 지도부와 중진들 역시 이에 화답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대선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서울시장 후보군 물망에 오르고 있는 권영세 의원 등이 연일 청와대 분수대 앞을 찾아 초선 의원들을 독려했다. "원내 의석수 문제 있지만 할 수 있는 것 다할 것"심지어 국민의당도 동참했다. 안철수 대표와 최연숙 의원은 지난 1일 청와대 분수대 앞을 찾았다. 안철수 대표는 당시 현장에서 "어디에 있든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1인 릴레이 시위를 적극적으로 주도했던 김은혜 의원은 시위를 마칠 당시 "문재인 정부가 비리를 덮기 위해, 그간 자랑스럽게 쌓아왔던 자유·민주·헌법 정신을 훼손했던 점을 국민들에게 알리고자 이 자리에 섰었다"며 "전투의 무대를 국회로 옮길 것이다. 선배들이 애써 지켜왔던 헌법 정신을 반드시 수호하겠다. 현 정부의 비리를 끝끝내 공수처로 가리고자 하는 시도를 막아서겠다"고 전했다. 이후 국민의힘의 투쟁 전선은 국회로 옮겨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 국회에서도 의석수 차이로 할 수 있는게 많지 않은 상황에서 공수처법 등 각종 '하명입법'에 대한 저지 전략을 짜기 힘든 상황이었다"며 "다만 초선 의원들이 이끌어온 1인 릴레이 시위 이후 야성이 살아나면서 저지는 실패했지만 야당다움을 국회에서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이제 시작이지 않겠는가"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이기에 할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지만 불붙은 야성을 이어가 원내에서도 원외에서도 투쟁심을 국민들에게 보여드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