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주영 LUX랩 대표 "열정 있으면 대학생도 CES 수상 가능하죠"

입력 2020-12-09 17:49
수정 2020-12-09 23:50
“나이가 어린 건 창업할 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결국 열정과 아이디어가 있었기 때문에 CES에서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달 17일, 한양대 화학공학과 3학년 재학생인 변주영 씨(23·사진)에게 영어로 된 이메일이 한 통 도착했다. 그가 올해 학교에서 개발한 두 개의 전자제품이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21’에서 혁신상 수상작으로 최종 선정됐다는 소식이었다.

CES 혁신상은 혁신성을 인정받은 전자제품에 주어지는 세계 최고 권위의 상으로, 보통 기술력이 높은 대기업이나 대학 연구팀이 받는 게 일반적이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 속에서 변씨는 대학 캠퍼스 한 건물 지하에서 창업한 회사 럭스랩(LUX Lab) 대표로 참가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난 7일 한양대 서울캠퍼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변 대표는 “지난해 말 군 복무를 마치고 1년 정도 연구해 개발한 기술이 세계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아 큰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변 대표가 CES 2021에 내놓은 두 기기는 모두 라이다(LiDAR) 기술을 활용한 제품이다. 라이다 기술은 레이저를 발사해 사물의 위치를 파악하는 기술로, 자율주행 및 증강현실(AR)을 위한 핵심 기술로 꼽힌다.


변 대표는 라이다 기술을 통해 손동작만으로 샤워기의 수온과 수압을 원격 조절할 수 있는 시스템(LUX D102)을 개발했다. 손을 뻗어 좌우로 움직이면 온도가 달라지고, 상하로 움직이면 수압이 달라진다. 시장에 나와 있는 기존의 동작 센서는 물이 묻으면 오작동이 일어나 샤워실에서 사용하기 어려웠는데, 변 대표는 물의 영향을 받지 않는 라이다 기술 특성을 활용해 이 같은 제약을 극복해냈다. 변 대표는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받으면서 스마트홈 부문과 접근성 부문에서 혁신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혁신상을 받은 또 다른 제품은 거북목 자세를 측정하는 ‘넥케어’다. 라이다 기술로 사람의 턱과 얼굴 위치, 각도 등을 분석해 목을 심하게 구부리면 경고음을 낸다. 이 기기는 스마트시티 부문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변 대표는 “학교의 도움이 없었다면 혁신상은커녕 제품을 만들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디어 제품화 과정, 사업화 과정에서 대학의 물적 지원과 체계적 교육 프로그램이 큰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한양대는 변 대표가 개발한 기술의 국내특허 및 국제특허(PCT) 출원 비용을 대신 지급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변 대표가 성공 가도만을 달려 온 것은 아니다. 럭스랩은 변 대표가 네 차례의 실패 끝에 다섯 번째로 창업한 회사다. 변 대표는 “라이다 기술이 아직은 신생 기술인 만큼 혁신상 수상을 계기로 계속 연구개발에 집중해 라이다 원천 기술을 확보하는 데 선구적 역할을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