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규 "가난하다고 문화예술에서 소외받으면 안돼"

입력 2020-12-09 17:44
수정 2020-12-09 23:54
“생계가 어려우면 가장 먼저 포기하는 게 ‘문화예술’입니다. 먹고 사는 거에는 관련이 없다고 여겨지죠. 하지만 예술은 ‘좋은 삶’을 판단하는 척도입니다.”

권오규 현대차 정몽구 재단 이사장(사진)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문화예술 지원사업을 벌이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지표에 익숙한 경제 엘리트지만 무엇보다 문화예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재경부 차관보, 조달청장에 이어 2006년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을 지낸 권 이사장은 2018년 재단 이시장으로 선임됐다. 30년 넘게 경제 관료 길을 걷다가 사회공헌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예술에 조예는 깊지 않지만 중요성은 압니다. 사회 구성원이 문화예술을 얼마나 향유하는지가 사회적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2007년 설립된 현대차 정몽구 재단은 문화예술 분야를 중점적으로 지원해왔다. 매년 중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저소득층 예술인재를 선발해 육성하고 국제콩쿠르까지 내보낸다. 농어촌 등 예술 인프라가 부족한 곳을 찾아 ‘계촌마을 클래식 거리 축제’도 열고 있다. “예술을 향유할 때도 양극화 문제가 심각합니다. 지역 간 격차나 소득 수준에 따라 향유권이 달라집니다. 단순한 여가활동이 아닙니다.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분야죠.”

지원 사업 중에서 가장 공들이는 건 인재 육성이다. 예술 장학생을 육성하는 민간재단은 국내에선 보기 드물다. 금호아시아나재단, 대원문화재단 등을 제외하고 다른 민간재단에서는 기성 예술인들의 창작을 지원해왔다. 육성은 공공기관의 몫이었다.

“예술은 공부와 달리 무대에 계속 세워야 성장할 수 있습니다. 기회를 제공해야 성공하는 분야죠. 저희 후원을 받은 장학생들은 선생님이 돼 후배들을 가르치고 또 소외계층에 예술을 선사할 겁니다. ‘선순환’ 체계가 구축되는 겁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