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혔지만 해외로의 확장을 멈추면 안 됩니다. 아시아 최고 운용사로 거듭나기 위해 도전을 계속할 것입니다.”
한국투자파트너스를 이끌고 있는 백여현 대표(사진)는 “국내 최대 벤처캐피털(VC)로서 트렌드를 따라가기보다는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개척하는 운용사가 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1986년 설립된 한국투자파트너스는 3조3000억원을 운용하는 국내 최대 VC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올해 국내 VC 역사상 최초로 한 해 벤처투자 5000억원을 넘길 전망이다. 지난 11월 말 기준 4953억원을 집행해 이미 지난해 투자액(3543억원)을 훌쩍 넘겼다. 웬만한 국내 대형 VC의 한 해 벤처투자 규모가 1000억~2000억원대에 머무르는 점을 감안하면 독보적인 규모다.
이는 유니콘 전 단계의 스케일업 투자와 해외 투자에 집중한 결과라는 것이 백 대표의 설명이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코로나19 여파로 해외 현지 실사가 막힌 상황에서도 전체 투자액의 42%를 해외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인도판 ‘배달의민족’인 음식배달 플랫폼 스위기를 비롯해 태국의 금융상품 중개 플랫폼 래빗인터넷, 영국의 모바일 게임 개발업체 퍼스트라이트게임즈 등에 투자해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에선 오아시스(새벽배송), 의식주컴퍼니(세탁 플랫폼), 범한퓨얼셀(연료전지), 코이뮨(바이오), 에스엠랩(2차전지) 등 다양한 분야 스타트업에 많게는 건당 100억원이 넘는 투자를 했다. 백 대표는 “창업 초기 단계를 넘어 상장(IPO)을 통한 중견기업으로의 성장과 해외 진출 등 글로벌 유니콘기업으로의 도약을 돕는 것이 우리 역할이자 전략”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올해 펀드레이징(펀드 결성)과 회수에서도 좋은 성과를 냈다. 올해 국내 최대 바이오펀드인 3320억원 규모 바이오글로벌펀드 결성에 성공했다. 이외에도 핀테크,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등 특정 분야 초기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섹터펀드까지 5개, 총 4056억원 규모의 펀드를 결성했다.
회수 측면에선 2011년, 2012년에 결성한 한국투자그로스캐피탈펀드제17호(750억원), 한국투자글로벌프론티어펀드제20호(1400억원)가 각각 11.3%, 27%의 내부수익률(IRR)로 내년 초 청산을 앞두고 있다. 백 대표는 “대형 벤처펀드 결성뿐 아니라 청산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은 경험을 쌓은 것이 큰 의미”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한국투자파트너스엔 아쉬움도 큰 한 해였다. 국가 간 이동 제약과 중국, 유럽 내 벤처투자 시장 위축으로 야심 차게 추진하던 해외 현지 펀드 결성을 내년으로 미루게 돼서다. 백 대표는 “유럽에선 글로벌 게임펀드를, 중국에선 순수 중국 자본으로 구성돼 투자 대상의 제약이 없는 RMB펀드(위안화 기반 펀드) 결성을 추진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일정이 다소 연기됐다”며 “내년에는 꼭 결실을 볼 것”이라고 기대했다.
10년 안에 전체 운용자산 10조원의 글로벌 VC로 거듭난다는 것이 한국투자파트너스가 최근 새롭게 세운 비전이다. 백 대표는 “벤처투자와 바이아웃(기업인수)을 연결하는 그로스캐피털과 글로벌 투자라는 두 가지 핵심 과제를 중심으로 역량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