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판사 사찰 문건' 수사 절차 위반…尹 수사, 서울고검 배당"

입력 2020-12-08 15:14
수정 2020-12-08 15:39

대검찰청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판사 사찰 문건’ 혐의 수사를 진행해온 대검 감찰부의 적법절차 위반 사실을 확인했다고 8일 밝혔다. 대검은 감찰부에 공정한 수사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보고, 관련 수사를 서울고등검찰청에서 하도록 지시했다.

대검 인권정책관실은 이날 “대검 감찰3과의 수사 과정에서 공정성과 정당성을 의심할 만한 사유가 발견됐고, 적법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조남관 대검 차장은 이를 보고받고 관련 수사를 서울고검에 배당했다.

법무부가 앞서 윤 총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의뢰한 사건도 함께 서울고검에 넘겼다. 대검 관계자는 “윤 총장은 이해충돌 소지가 있어 이번 사건과 관련한 모든 지휘를 회피했다”고 밝혔다. 또 사안의 중대성과 사건 관련자들의 관할 등을 고려해 일선 지검이 아닌 서울고검에 배당했다는 설명이다.

인권정책관실은 감찰부의 수사 과정에서 크게 세가지를 문제 삼았다. 먼저 “한동수 감찰부장이 ‘판사 사찰 문건’을 불상의 경로로 입수해 법무부에 전달했다가, 다시 수사참고자료로 되돌려 받았다”며 “수사착수 절차에서 공정성과 정당성을 의심할 만하다”고 했다.

한 감찰부장을 사실상 수사의뢰자로 볼 수 있는데, 그가 수사를 지휘하도록 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대검은 “허정수 감찰3과장과 감찰부 연구관은 감찰부장의 위 문건 확보 경위를 전혀 몰랐다고 하면서 스스로 수사 중단 의시를 표시했다”고 덧붙였다.

인권정책관실은 또 “허정수 과장은 위 수사참고자료를 근거로 법령상 보고 의무를 위반한 채 성명불상자를 피의자로 입건했다”며 “서울중앙지검 디지털포렌식팀의 협조를 받아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을 압수수색하면서 진행 상황을 법무부 관계자에게 수시로 알려주는 등 적법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검찰 안팎에선 ‘성명불상자’가 윤 총장이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검찰총장에 대해 수사를 착수하면서 상부에 보고를 안했다는 얘기다.

대검 훈령인 위임전결규정에 따르면 감찰부가 중요 사건에 대한 수사·내사·진정사건을 조사하거나 처리할 때 검찰총장의 결재를 받아야 한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윤 총장이 당사자였던 만큼 조남관 차장에게 보고했어야 한다”며 “명백한 규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감찰부가 압수수색 진행 상황을 법무부에 알린 것은 검찰청법 위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법무부는 구체적인 사건 수사지휘를 검찰총장을 통해서만 하도록 한 검찰청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압수수색 상황을 보고 받은 당사자로는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과 박은정 감찰담당관 등이 지목되고 있다.

윤 총장의 주요 징계청구 사유 중 하나인 ‘판사 사찰 문건’ 수사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점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무리하게 징계와 수사를 밀어붙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법조계에선 ‘추미애 사단’으로 불리는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 등이 향후 수사선상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법무부는 즉각 유감을 표했다. 법무부는 이날 “검찰총장의 직무 복귀 이후 감찰부의 수사가 중단된 것에 유감을 표명한다”며 “이번 사건을 서울고검에 배당하도록 한 대검 차장의 지시는 총장의 지시나 다름 없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서 “서울중앙지검의 관할 사건임에도 ‘채널A 강요미수 의혹’ 수사와 관련해 정진웅 차장검사를 무리하게 기소한 서울고검에 이를 배당한 점 등을 볼 때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조치라고 보기 어렵다”며 “대검의 조치 관련 상세한 경위를 보고받은 후, 신속히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