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선전했지만 웃지 못하고 있다. 무분규로 임금 및 단체 협약(임단협)을 조기에 마친 현대자동차와 달리 노조와의 갈등이 지속된 탓이다.
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 노사는 이날 오후 2시 교섭을 재개, 최대 쟁점인 '30분 잔업 복원'을 둘러싼 마지막 조율에 나선다. 이달 7일 제15차 교섭에서 타협점을 찾지 못했지만, 상당부분 의견을 좁혔다는 평가다. 교섭을 이어가면서 노조는 당초 이날부터 예정했던 부분파업을 유보했다.
앞서 노조는 지난 4일 열린 제4차 쟁의대책위원회에서 7일 교섭 결과에 따라 8일부터 나흘간 파업에 돌입하기로 한 바 있다. 전반조와 후반조 각각 2시간씩 하루 총 4시간 부분파업을 하고 9~11일은 전·후반조 각각 4시간씩 하루 총 8시간씩 전체 사업장에서 일손을 놓는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날 교섭에서 합의에 실패하면 소하리 공장과 화성 공장, 광주 공장 등이 파업에 들어가게 된다. 카니발, 쏘렌토, K5 등 인기 차종 생산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기아차는 이미 지난달 25일부터 2주 연속 지속된 노조 파업을 겪어왔다. 생산직 근로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되면서 휴업도 한 탓에 2만5000대 규모 생산 손실이 발생했다.
코로나19로 경영난을 겪어온 부품 협력사들의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통상 부품 협력사들은 완성차 업체의 생산계획에 맞춰 설비를 갖추고 공장을 운영한다. 지난 2주간 부분파업이 진행된 탓에 343곳에 달하는 기아차 협력사들도 2만5000여대에 쓰일 부품 분량의 피해를 입었다.
부분파업이 지속되면 중견·중소기업인 2·3차 협력사들은 손실을 버티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자동차 산업이 뿌리부터 고사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때문에 광주상공회의소는 지난달 22일 성명서를 내고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250여개의 협력사를 벼랑 끝으로 내몰뿐 아니라 지역민 생계도 크게 위협받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기아차가 지난달 쌍용차와 함께 국내 완성차 5사 중 유일하게 내수·수출에서 동반 상승을 기록했지만, 마냥 기뻐하지 못하는 이유다. 기아차는 지난 11월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한 25만6019대를 판매했다. 국내는 3.9% 증가, 해외는 1.6% 증가한 실적이다.
기아차는 꾸준히 '노조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올해 같은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차는 11년 만에 임금 동결로 임단협을 일찌감치 마쳤다. 반면 기아차 노조는 △잔업 30분 복원 △기본급 12만원 인상 △영업이익 30% 성과급 배분 △정년 60세에서 65세로 연장 △통상임금 확대 적용 △노동이사제 도입 △전기차 핵심 부품 생산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달 25~27일에는 매일 전·후반조 4시간씩 1차 부분파업을 실시했고 지난 1~2일과 4일에도 2차 부분파업도 강행했다. 이날 교섭에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재차 파업이 예상된다. 노조는 임단협에서 현대차와 형평성을 주장하며 '잔업 30분 복원'을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이고, 불필요한 잔업으로 막대한 비용을 감내해야 하는 사측은 반대하는 상황이다.
이 밖에 노사는 '기존 공장 내 전기차·수소차 부품 생산라인 설치'와 관련해선 향후 검토하는 방향으로 합의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급 인상과 성과급 배분에 대해서도 큰 틀에서는 입장차를 좁힌 것으로 전해졌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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