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집 대신 유튜브 찾는다"…'타로카드'에 열광하는 2030

입력 2020-12-09 13:23
수정 2020-12-09 13:43

최근 직장인 강모씨(28)는 유튜브 '타로카드리딩' 영상에 빠졌다. 관련 채널만 5개를 구독한다는 강씨는 "'행운이 들어와있다' 등 긍정적 리딩을 들으면 위로를 받는 것 같아 빠져들었다"며 "현실에서 (타로) 예측대로 되지 않아도 그당시 힘을 얻을 수 있어서 찾는다. 올해 우울하거나 불안할 때가 많았는데 나처럼 위로를 원하는 사람들이 영상에 단 댓글을 보면서 위안을 얻기도 한다"고 했다.

20~30대 사이에서 타로카드리딩이 인기다. 타로상담은 내담자가 고민이있거나 궁금한 것에 대해 질문을 하고 이에 대한 답을 얻기위해 78개의 타로카드 중 하나를 고른다. 그렇게 선택한 카드를 통해 마스터(상담사)가 질문에 대한 해석을 해주는 점술의 일종이다.

8일 점술서비스 스타트업 '천명'에 따르면 전체 상담 중 비대면 타로 상담(전화·화상채팅 등) 비중은 지난 5월 35%에서 지난달 75%로 크게 증가했다. 이중 2030세대 이용자의 경우 같은 기간 40%에서 70%까지 올랐다.

타로심리상담사 자격증을 따려는 이도 대폭 늘었다. 한국평생학습진흥원에 따르면 타로심리상담사 자격증 취득자수는 2018년 148명에서 2019년 656명으로 증가했고 올해(11월까지)는 851명으로 늘어났다.

업계 관계자들은 젊은층이 타로에 열광하는 이유를 재미와 접근성 때문인 것으로 봤다. 타로상담을 즐겨받는 20대 김모씨는 "사주나 역학보다는 접하기 쉽고 심리테스트처럼 재미로 볼 수 있어 부담이 없다"고 했다. 유튜브에는 수십개의 타로채널이 개설돼 있다. 인기 영상은 조회수가 300만을 넘는다. 유튜버 타로호랑은 "유튜브 상담은 1:1 해석이 아니라 정확도는 떨어지지만 언제 어디서나 무료로 볼 수 있어 매력적"이라며 "고민될 때 조언을 얻기 위해 활용하는 구독자들이 많다"고 했다.

이 같은 타로 열풍의 배경에는 젊은이들의 사회·경제적 불안 심리가 내재돼 있다고 전문가들은 봤다. 어렵고 불안한 시기일수록 점에 의지하는 사람이 느는 것처럼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청년층들이 불안을 해소하기위해 타로를 즐긴다는 분석이다.

타로카드 상담에서는 청년층의 주요 고민이 그대로 나타났다. 13년 경력의 타로상담사 기광문 씨(50)는 "2030세대는 연애, 진로, 이직 등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해야하는 순간이 많아 이와 관련된 상담을 많이 한다"며 "최근에는 연애 문제뿐 아니라 주식, 부동산 관련 상담도 많아졌다"고 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심리학에서 자신이 바라는대로 현실이 따르는 듯한 현상을 '자기충족적 예언'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일종의 자기암시를 타로를 통해 충족하는 것 같다"며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워진 젊은층이 마음에 위안을 얻기 위해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타로 콘텐츠들이 재밌게 돼 있더라"며 "2030세대 사이에서 MBTI(성격유형 검사)가 열풍이었던 것처럼 꼭 논리적이지 않아도 매력적이고 정서적으로 공감이 가면 관심을 갖는 특성도 반영된듯 하다"고 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