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것에 실린 채 죽을 수도"…코로나 악몽 덮친 뉴욕 [조재길의 지금 뉴욕에선]

입력 2020-12-08 09:56
수정 2021-03-08 00:00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가 오늘 화상 브리핑을 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개 추이를 전달하고, 주민 스스로 방역을 강화해 달라고 요청하기 위해서였지요. 뉴욕은 지난 2월 미국에 재앙적 전염병을 처음 들여온 곳이란 오명을 갖고 있습니다.

쿠오모는 “앞으로 5일 내 뉴욕시의 코로나 환자 입원율이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식당들의 실내 영업을 금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추세로는 수 일 내 입원율이 안정될 것 같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뉴욕시에선 하루 1300여 명이 입원하고 있습니다.

쿠오모는 “입원 환자가 병원 수용 능력을 초과한다는 건 사람들이 병원 복도에서 들것에 실려 죽을 수 있다는 의미”(Overwhelming the hospital system means people die on a gurney in a hallway)라고 부연했지요.


결국 늦어도 다음주 월요일부터는 뉴욕시에서 식당·카페·주점의 실내 영업이 전면 금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쿠오모의 설명입니다.

올해 3월부터 수 개월 간 식당 등의 문을 걸어 잠갔던 뉴욕시는 차츰 정상화 단계를 밟아 왔습니다. 지난 9월 30일부터 수용 인원의 25% 내에서 실내 영업을 허용했지요. 식당 업주와 종업원들은 최소 50%로 확대되길 간절히 바랐습니다.

그런데 역으로 실내 영업 전면 금지의 수순을 밟고 있는 겁니다. 문제는 겨울 추위입니다. 지금까지는 뉴욕시 식당의 절반가량이 실외 영업 등으로 생계를 이어왔는데, 날씨가 추워질 경우 이게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미식가의 천국으로 꼽혔던 뉴욕시 식당가엔 악몽 같은 시간이 돌아올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쿠오모는 더 나아가 “7일 평균 병상 가동률이 90%를 넘을 경우 아예 셧다운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럼 배달·테이크아웃 영업조차 불가능하게 됩니다. 이 때는 식당·주점 등 뿐만 아니라 일반 소매점도 폐쇄될 겁니다. 약국 식료품점 등 필수 사업장만 영업할 수 있지요.

뉴욕 내에선 장기간의 방역 조치에 집단 반발하는 움직임도 생기고 있습니다. 스태튼아일랜드의 한 주점은 야간 영업 제한 조치를 어겼다가 체포될 처지에 놓이자 경찰을 폭행했습니다. 그가 체포되자 이 주점 앞에선 뉴욕주 및 시의 조치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지요.

미국 내 코로나 환자는 급증 추세입니다. 존스홉킨스대 통계에 따르면 지난 일주일간 하루 평균 신규 코로나 환자가 19만6233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역대 최고치입니다. 코로나로 입원한 환자는 현재 10만1500여 명에 달하지요.

뉴욕주와 붙어 있지만 인구 밀도가 낮은 ‘가든 스테이트’ 뉴저지도 위험하긴 마찬가지입니다. 6일엔 역대 가장 많은 6046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습니다.

이런 추세는 내년 1월 중순에 정점을 찍을 것이란 경고도 나왔습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이날 쿠오모 브리핑에 동반 출연해 “내년 1월 중순이 정말로 암울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말 추수감사절 때 수백만 명이 가족·친지를 방문했던 여파가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유대교 축제인 하누카(12월 10~18일), 또 이후 크리스마스 연휴까지 고구마 줄기처럼 연결되기 때문이죠. 유대교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밀집된 장소에서 다양한 행사를 여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파우치는 “이번 사태에 제대로 대응해 보기도 전에 다양한 행사·모임들이 이어지게 됐다”고 걱정했습니다.

코로나 사태의 초기에 가장 큰 충격을 경험했기 때문일까요. 뉴욕은 또 다시 엄습할 악몽에 떨고 있습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