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사진)가 8일 방한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이인영 통일부 장관 등을 만난다. 2018년 미·북 싱가포르 합의 직후부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對北) 정책을 총괄해온 비건 부장관이 임기 막바지에 접어든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를 가져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7일 외교부는 비건 부장관이 최종건 1차관의 초청으로 8일부터 3박4일간 한국을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비건 부장관은 9일 최 차관과 한·미 외교차관 회담을 하는 데 이어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한다. 외교부 내 카운터파트들에 이어 방한 마지막 날인 11일 강 장관과 만찬을 하고 이 장관과도 면담할 예정이다. 미 국무부는 이날 “비건 부장관이 한국 당국자들을 만나 북한과 관련해 긴밀한 협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건 부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를 들고 올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번 방한은 미국의 북핵 협상 관리자로서 비건 부장관의 마지막 방한이 될 전망이다. 2018년 8월 대북특별대표로 임명된 이후 미국의 대북 실무협상을 총괄해온 비건 부장관은 지난해 12월 국무부 부장관으로 승진하면서도 대북특별대표는 계속 겸임했다. 일반적으로 미국에서는 대북특별대표를 차관보급이 맡아왔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비건 장관이 미·북 대화에 많은 신경을 쓴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오는 10일 아산정책연구원 초청 강연에서는 북한에 도발을 자제하고 대화에 복귀하라는 메시지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이끌어내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다음달 20일 조 바이든 차기 행정부가 출범하는 가운데 ‘트럼프 사람’인 비건 부장관의 외교적 운신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대북 접촉을 추진하기보다는 지난 2년간의 북핵 협상을 정리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외교부도 차기 행정부로 북핵 정책이 승계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현재 정부의 과제는 상황 관리”라며 “미 집권 전환기에 북한이 도발로 갈 수 있는 요소를 줄이고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