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체인 현대오일뱅크가 경영관리 업무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디지털 전환에 나선다. 생산 과정의 스마트공장뿐 아니라 인사, 재무, 영업, 홍보 등 모든 분야의 디지털화를 통해 스마트컴퍼니로 탈바꿈하겠다는 계획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2025년까지 스마트컴퍼니 구축을 완료하는 내용의 ‘디지털전환 추진 5개년 세부계획’을 수립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우선 2022년까지 인사, 재무, 영업, 생산관리 등 핵심 업무에서 엑셀 등 수작업을 없애고 사무자동화 프로그램을 도입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담당자가 일일이 엑셀 작업을 거쳐 데이터를 입력했지만 앞으로는 로봇 소프트웨어(RPA)가 대신하게 된다. 검증 작업까지 자동 진행돼 실수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현장 담당자들이 일일이 작성하는 보고서도 없애기로 했다. 예를 들어 생산본부에선 매일 아침 생산, 품질, 설비 관련 수십 종의 보고서를 작성해 경영진에게 보고한다. 보고서 작성을 위한 데이터를 여러 시스템에서 불러오는 과정만 한 시간 이상 걸린다. 앞으로는 대부분의 보고서를 RPA를 통해 자동으로 작성할 예정이다.
충남 서산의 대산공장은 2023년까지 스마트공장으로 바뀐다. 통상 정유 공정에서는 공정·설비 및 안전환경 분야에서 방대한 데이터가 발생한다. 현대오일뱅크는 빅데이터 분석으로 유량, 온도 등과 관련한 최적의 변수를 찾아 수익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스마트공장 구축의 사전 작업으로 현재 주요 공정에 고급공정제어 시스템(APC)을 적용하고 있다. APC는 설정된 범위 내에서 공정의 최적 조건을 유지하도록 자동 제어하는 시스템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정유업계 최초로 사물인터넷(loT)과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사내 자율주행순찰차량(사진)도 내년 초 도입한다. 무인순찰차량엔 정밀 GPS(위성항법장치)와 유해가스 감지센서 등이 적용된다. AI가 설비를 진단하고 제어하는 프로그램도 도입한다. 지금은 공장 직원이 모든 데이터를 일일이 분석해 설비를 진단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이 도입되면 모니터링과 기본적인 진단은 AI가 맡고, 직원들은 전문 진단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천경선 현대오일뱅크 디지털 전략부문장은 “디지털 기술을 통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업무 수행이 가능한 사무환경을 구축하겠다”며 “스마트컴퍼니 구축을 통해 연간 최대 1300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