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2700선을 가뿐히 넘어섰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달러 약세가 맞물리면서 반도체를 포함한 경기민감주는 상승세에 올라탔다. ‘달리는 말’에 올라타야 하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 경우 이들 종목의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주가수익비율(PER)을 살펴보라는 조언이 나온다. 아직 12개월 선행 PBR이 1배가 되지 않는 주식도 많기 때문이다.
LG전자 PBR 1배 돌파할까단순 저평가된 종목보다는 실적 성장이 예상되면서 신성장동력을 함께 갖춘 주식을 골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종목이 LG전자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전자의 12개월 선행 PBR은 0.86배, PER은 7.32배다. 글로벌 가전기업 평균(PER 18배)과 비교하면 여전히 저평가 구간에 머물러 있다.
LG전자 주가는 실적 영향을 크게 받는다. MC사업본부가 실적을 견인했던 2008년, 가전과 TV 영업이익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했던 2018년 11만4500원을 찍었다. 올해 4분기부터 상승 사이클에 올라탄 것도 실적 때문이었다. 연간 영업이익(3조1600억원 추정)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내년 실적은 더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 전망치 평균은 3조6000억원이다.
시장에서는 LG전자 PBR 1배 돌파를 위한 조건으로 ‘전장부품사업(VS사업부문) 흑자전환’을 꼽는다. 내년에는 이 조건을 충족할 가능성이 높다. 주민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내년은 LG전자 최대 고객사인 GM을 비롯해 현대차, 폭스바겐 등의 신규 전기차 출시가 본격화하는 시기”라며 “LG전자는 전장사업 흑자전환으로 전체 영업이익이 사상 최고치(약 4조원으로 추정)를 경신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18년 LG전자 주가는 PBR 1.46배 수준까지 올랐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내년 VS사업부문이 흑자전환을 한다면 2018년 밸류에이션으로 회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스터’ 역할하는 친환경 테마대표적 경기민감주인 자동차, 화학, 철강 기업들도 PBR을 기준으로 보면 저평가돼 있다.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의 12개월 선행 PBR은 각각 0.66배, 0.75배, 0.62배 수준이다. 화학, 철강 기업 중에서도 아직 주가 상승 여력이 남아 있는 종목이 많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포스코 주가가 상승 사이클에 진입했지만 12개월 선행 PBR은 0.45배에 불과하다. 포스코 주가가 단순히 철강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움직이는게 아닌 만큼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리튬 니켈 흑연 등 배터리 핵심 원료 조달 및 가공 사업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철강 사업에서도 산업 구조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변종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외판재와 모터 소재 공급을 확대하고, 조선업 수요가 부진한 후판은 풍력타워 등 신재생에너지용으로 판매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프타분해설비(NCC) 대표주 중 하나인 대한유화의 PBR은 0.78배 수준이다. 비대면 사회가 지속되고 연말 쇼핑 특수가 맞물리면서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급증하는데 공급은 부족한 만큼 내년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여기에 친환경 테마까지 더해졌다. 대한유화는 배터리 분리막용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시장 점유율 글로벌 1위 기업이기도 하다. 경기 회복 수혜 기대되는 은행주는은행주는 대부분 PBR 1배 미만으로 저평가돼 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미국의 추가 부양책 타결에 대한 기대감으로 시장금리는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나치게 저평가된 은행주에 대한 저가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직 연초 주가를 회복하지 못한 BNK금융지주가 대표적이다.
BNK금융지주는 지난달 30일 MSCI 한국지수 리밸런싱 때 지수에서 제외됐다. 리밸런싱 당일까지는 외국인 순매도로 주가가 하락했다. 이후 기관투자가들이 저가 매수 기회로 삼으면서 지난주 주가는 상승세로 돌아섰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주가 상승폭이 다른 지방은행들에 크게 못 미치는 데다, 부·울·경(부산 울산 경남)에 기반을 두고 있어 조선 업황 개선의 수혜가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