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이 나오더라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2~3년간 지속될 수 있습니다. 마스크가 아닌 다른 방역 무기도 하나 더 가져야 합니다.”
박영근 진원생명과학 대표(사진)는 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스프레이를 개발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진원생명과학은 지난 4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코로나19 백신 임상 1·2a상 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다. 백신, 감염억제제, 치료제 등 세 분야에서 코로나19 관련 의약품을 개발 중이다. 스프레이로 코로나19 예방
진원생명과학은 감염병 백신을 개발해 본 이력이 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유행하던 201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임상 1상 승인을 받고 메르스 백신을 개발했다. 임상 2상까지 마쳤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축농증 치료 후보물질이던 GLS-1200을 코로나19 감염을 억제하는 약으로 개발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를 사멸하는 효능도 확인했다. GLS-1200은 코 상피세포에 있는 쓴맛 수용체를 자극한다. 쓴맛을 느끼는 수용체는 혀뿐만 아니라 콧속에도 분포하고 있다. 이 수용체를 자극하면 산화질소가 생성된다.
박 대표는 “산화질소는 코로나바이러스 인플루엔자바이러스 등의 복제와 감염을 억제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진원생명과학은 GLS-1200을 6시간마다 코에 뿌리는 스프레이 형태로 개발 중이다. 지난 5월 미국에서 임상 2상 승인을 받았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임상연구센터에서 피험자 모집을 끝냈다. 박 대표는 “개발도상국에서도 비용 부담 없이 사용 가능한 수준으로 코로나19 감염억제제를 개발할 것”이라며 “가급적 일반의약품으로 허가받아 소비자가 쉽게 구매해 호흡기 감염병 예방에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내년 1~2월 임상 2상을 마치고 기술 이전을 추진할 예정이다. 먹는 치료제, DNA백신도 임상 진입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GLS-1027은 지난달 FDA로부터 임상 2상을 승인받았고 조만간 피험자를 모집할 예정이다. 내년 하반기 임상을 마칠 계획이다. 이 치료제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염증 반응을 억제해 경증이 중증으로 발전하는 걸 막는 저분자 의약품이다. 박 대표는 “덱사메타손과 달리 면역세포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염증 유발물질인 사이토카인을 억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DNA 백신은 국내에서 임상 1·2a상에 진입했다. DNA 백신 속 DNA는 체내 세포에 투여되면 바이러스 단백질과 비슷한 모양의 항원 단백질을 만든다. 바이러스가 침입했을 때 면역세포가 공격해야 할 단백질의 모양을 미리 알려주는 것이다. 이 백신은 화이자와 모더나가 개발 중인 리보핵산(RNA) 백신과 달리 상온 보관이 가능하다. 하지만 투여 시 전기 자극을 줘야 해 1회 투여 비용이 비싸고 고통이 따르는 단점이 있다.
진원생명과학은 물리적 방식을 도입해 1회 투여 비용을 기존 대비 100분의 1 수준으로 낮추면서 접종자의 고통을 경감하는 데 성공했다. 박 대표는 “DNA 백신 원료인 플라스미드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다”며 “월 500만 병의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구축 중인 만큼 RNA 백신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상온 백신 공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