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가 그립다?…'국민 관심사' 변창흠 향한 우려와 기대 [김하나의 R까기]

입력 2020-12-08 09:08
수정 2020-12-08 10:14
이보다 더 전국민의 관심이 뜨거웠던 셀럽(유명인)이 있었을까?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얘기다. 변 후보자를 두고 각종 예측이 분분하다. 전문가는 물론이고 일반인들까지 어떤 정책을 내놓을지, 집값이 어떻게 될지 등을 예측하고 있다. 부동산은 그만큼 전국민의 관심사가 됐다.

각종 예측의 근거는 변 후보자의 말들에서 비롯됐다. 그동안 대학강단을 비롯해 방송과 책, 글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많이 알린 터다보니 근거로 삼을만한 얘깃거리도 많다. 부동산 커뮤니티와 카페, 단체채팅방 등을 종합해보면 "김현미 장관 보다 더할 것"이라는 게 다수의 의견이다. 시무 7조로 유명세를 탔던 조은산이 또한 변 후보자를 비판하면서 "김현미 장관이 벌써부터 그립다"는 글까지 내놨으니 말이다.

조씨를 비롯해 커뮤니티에서는 변 후보자가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각별한 인연이 있는데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옹호한 점, 서울주택공사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을 수행했던 점 등을 주목하고 있다. 전세난을 촉발시킨 임대차보호법에 대해 2018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6년(3+3년 혹은 2+2+2년) 계약'을 주장한 점도 한술 보탰다. 이전과 결이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일부는 더 센 규제가 쏟아진다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변 후보자는 이러한 추측에 대해 일단 선을 긋고 있다. 특히 토지 소유권을 공공이 가지는 토지임대부, 주택을 공공에만 되팔 수 있는 환매조건부 주택 등 '공공자가주택'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그는 "현장에서 (규제)정책과 괴리가 있는지 미세하게 보고 종합적으로 새로운 상황을 제시할 수 있는지, 아니면 보완할 것인지 판단하겠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7일부터 변 후보자는 과천청사 사무실에서 국토부 공무원들로부터 현안 업무 보고를 받으면서 청문회 준비에 들어갔다.

과거의 발언을 그대로 정책으로 담아내기는 어려울 수 있다. 발언당시 부동산 상황과 여건이 달라졌으니 이를 근거로 한 추측이 모두 맞을 수는 없다. 변 후보자의 말대로 현실적인 문제가 있으니 더욱 그럴 것이다.

국민들이 대책 못지 않게 우려하는 점은 변 후보자의 '인식'이다. 문 정부들어 부동산 대책의 특징을 꼽으라면 꾸준히 특정 집단을 타깃으로 해왔다는 점이다. "이번 대책은 누구에게만 해당되고 일부일 뿐이니 일반 국민은 안심해도 된다"는 식이었다. 다주택자, 강남 거주자, 아파트 보유자, 집주인…. 대책을 내놓을 수록 타깃이 늘다보니 이제는 국민 대부분이 직간접적으로 해당되는 수준에 도달했다. (물론 정부는 전 정권과 저금리 탓을 하고 있지만 말이다.)

변 후보자 또한 문제의 원인을 "OO 때문이다"라는 식의 발언을 꾸준히 해왔다. 집주인이나 고령자, 중대형 아파트 거주자, 부동산 커뮤니티 등을 타깃으로 했다. 이러한 '편가르기'와 '혐오성 발언' 들이 회자되고 있다.

변 후보자는 대한지방행정공제회가 발간하는 잡지 '도시문제' 2018년 12월호에 기고한 '주택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되려면'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참여정부 때 주로 부동산을 움직인 주체들이 부동산중개업자나 복부인 수준이었다면, 최근에는 수십만명의 회원을 거느린 온라인 사이트나 각종 강좌, 동호회 등이 활동하고 있다"고 썼다. 문 정부 들어 집값이 상승하는 원인을 부동산 커뮤니티의 탓으로 돌렸다.

2015년 변 후보자가 공동저자로 참여해 발간된 '불평등 한국, 복지국가를 꿈꾸다'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고령자일수록 보수정당 지지율이 높은 이유는 보수정당일수록 각종 개발사업과 규제완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기에 자신들의 주택 자산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나와있다. 2005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최근 일부 지역의 아파트 값 폭등은 공급 부족 때문이 아니다"라며 "2인 이하 가구 비율이 50%에 육박하게 될 상황을 예상하면 중대형 아파트 수요는 주택 과소비의 전형이며 투기적 수요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들어 나온 24번의 부동산 대책으로 피로감이 쌓여 있는 상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까지 덮치면서 더 불확실해진 상황 속에서 '패닉바이(공황구매)'에 나선 이들의 심정을 변 후보자는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3년 6개월 만에 얼굴이 바뀐다. 오랜 만에 바뀌는 만큼 국민들의 시름 가득한 표정을 바꿔줄 각오가 필요한 때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