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감화시설인 '선감학원'에 입소했던 아동들이 구타 등 신체폭력과 성폭력, 강제노역 등 심각한 인권침해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퇴소 후에도 정상적인 학교교육을 받지 못해 경제적으로 빈곤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7일 오전 경기도청에서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선감학원사건 피해사례 조사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도는 올 4월16일 선감학원사건 피해자신고센터 개소 이후 90여 명의 신규 피해사례를 접수했다. 연구를 수행한 경기연구원은 194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사망자·주소불명자·단순전화접수자를 제외한 선감학원 입소자 중 93명이 설문에 응답한 내용을 중심으로 조사 분석을 추진했다.
응답자의 평균연령은 63.5세이며 입소 당시 나이는 11~13세가 40.4%를 차지했다. 입소기간은 최소 1년 이하에서 최대 11년이었고 평균 4.1년으로 나타났다. 2년, 3년간 머물렀다는 응답자가 각각 23%, 22%로 가장 많았다.
응답자 대다수는 기합(93.3%)과 구타(93.3%), 언어폭력(73.3%)을 겪었고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당한 경우도 각각 48.9%, 33.3%로 조사됐다. 강제노역과 관련해서는 응답자의 98%가 풀베기·잡초제거·양잠·축사관리·염전노동·농사·나무베기 등 노역을 한 경험이 있었고 일주일 7일 모두 노역에 참여한 경우가 53.5%에 달했다.
일주일 평균 노동일은 6일,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9시간으로 조사돼 아동을 대상으로 한 강제노역행위가 지속적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응답자의 96.7%가 사망자 목격경험이 있으며 시신 처리에 동원된 경우도 48.4%에 달했다.
선감학원 피해자들은 퇴소 후에도 정상적인 학교교육을 받지 못해 경제적으로 빈곤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선감학원 입소로 인한 교육 단절로 85.8%의 응답자가 초등학교 졸업 이하 학력이었고 76.1%는 퇴소 후에도 진학하지 못해 구두닦이·머슴·넝마주이 등 저소득 직업군에 종사했다. 현재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도 전체 응답자의 37.6%에 달했다.
이재강 평화부지사는 "선감학원 사건은 국가폭력에 의한 지속적인 아동인권유린 사건이었다는 점에서 진실이 신속하게 규명돼야 한다"며 "도는 오는 10일 활동을 재개하는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활동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선감학원은 일제강점기인 1942년 당시 부랑아 교화를 명분으로 안산지역 일대에 설립된 시설이다. 설립 취지와 달리 실제로는 태평양전쟁에 투입할 인적자원 확보를 위해 아동·청소년을 강제로 입소시키고 강제노역·폭행·학대·고문 등을 자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방 직후인 1946년 경기도로 관할권이 이관된 이후에는 거리의 부랑아들이 아닌 무고한 어린이나 청년 다수를 수용해 잔혹한 고문과 강제노역 등이 자행됐다. 인권유린은 1982년 폐쇄 때까지 지속됐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