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이 점포 폐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거래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방문자 수는 꾸준히 줄고 있어서다. 은행들은 경영 효율화를 위해 점포 폐쇄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하지만 고령층 등 금융소외계층의 접근성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점포 폐쇄에 따른 소비자 불편을 개선할 대응책 마련이 먼저라는 주장이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4대 시중은행(신한·국민·하나·우리)과 지방은행(부산·경남·대구·광주·전북·제주)의 영업점 104개가 문을 닫았다. 이에 은행 영업점 수는 지난해 말 4460개에서 올 상반기 4356개가 됐다. 금감원은 올 하반기 146개의 점포가 추가로 폐쇄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올해만 250개의 점포가 없어질 수 있다는 의미로, 1주일에 5개 꼴로 사라지는 셈이다.
과거에는 은행들의 점포 폐쇄가 까다로웠다. 점포를 신설하고 폐쇄할 때는 은행법에 따라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1998년 은행법이 개정되면서 점포 신설 및 폐쇄가 쉬워졌다. 허가제가 신고제로 바뀐 영향이다.
은행들이 점포 폐쇄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2010년부터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은행산업의 디지털화 흐름이 빨라진 때다. 은행들은 경영 효율화를 근거로 점포 폐쇄를 시작했다. 2012년 7681개였던 국내 은행 점포는 지난해 6710개로 줄었다. 7년 간 1000개 가량이 사라졌다.
은행들은 인구 대비 점포 수가 부족하지 않다고 설명한다. 또 매년 방문자 수가 10%씩 줄어드는 만큼 점포 폐쇄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방문자 수가 전년 대비 20% 넘게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며 "점포 폐쇄로 절약한 운영비를 우대금리 등의 혜택으로 돌려주는 게 소비자에게도 훨씬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반대의 목소리는 거세다. 공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은행이 수익성을 이유로 점포를 폐쇄할 경우 모바일뱅킹 등에 익숙하지 않은 소외 계층의 금융 접근성이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고 은행들의 점포 폐쇄 중단을 규탄했다. 동시에 금융당국의 점포 폐쇄 절차 개선을 요구했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여전히 막대한 돈을 버는 은행이 수익성을 이유로 점포 폐쇄를 가속화하고 있다"며 "미국과 일본은 점포 폐쇄에 따른 영향을 분석해 당국에 미리 신고해야 한다. 우리도 금융당국이 나서 점포 폐쇄 가이드라인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금융당국은 대책 마련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점포 축소에 당국이 나설 경우 경영 개입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면서도 "금융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는 모두가 동의하는 만큼 관련 대응 방안이 조만간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은행연합회가 지난해 6월부터 점포 폐쇄에 따른 강화된 사전 영향평가를 진행하고 있다"며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대체 수단 확보 등 자율적 대책 마련도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