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가상화폐 거래소 설립 기준이 적용되고, 과세 불확실성도 해소된다. 금융과 결합한 블록체인 기술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우리 일상생활에 파고들 것이다.”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지난달 30일부터 5일간 진행한 ‘업비트 개발자 콘퍼런스 2020’에서는 무엇보다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컸다. 비트코인이 가격이 2000만원을 넘어선 터여서 관심도 많았다.
콘퍼런스 주요 연사들은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을 둘러싼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가상화폐거래 등을 규율하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CBDC), 가상화폐를 통한 금융거래(디파이) 등 세 가지 이슈를 반드시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상화폐 거래 투명해질 것”이석우 두나무 대표는 “가상화폐 등장 초기에는 ‘실체가 없다’는 비판이 컸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며 “여러 차원에서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가상화폐거래소들은 내년 3월 시행되는 특금법 개정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개정안은 가상화폐 등의 가상자산 거래 계좌를 반드시 은행 실명계좌와 연동하도록 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설립 규정이 마련되면서 영세·부실 거래소가 대거 퇴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특금법 시행과 가상자산의 금융시장 진출은 상관이 없다며 선을 그었지만 업계에서는 최소한의 규율이 생기는 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2022년부터 도입되는 가상화폐 수익 과세도 콘퍼런스의 주요 이슈였다. 법무법인 광장에서 블록체인팀장을 맡고 있는 윤종수 변호사는 “정부가 매긴 세율 20%가 해외에 비해 높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한국의 세제에 비춰봤을 때 공제액이 250만원으로 주식보다 낮은 점은 투자자들이 불만을 가질 수 있는 요인”이라고 했다. “中·코로나가 CBDC 확산 불붙여”비트코인 강세장을 이끈 CBDC와 디파이는 내년에도 핵심 화두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과 스웨덴이 CBDC 시범 도입에 나섰고 한국과 일본, 대만, 유럽 등도 연구에 착수했다.
라인의 블록체인 개발을 총괄하는 이홍규 언체인 대표는 “작년만 해도 많은 나라가 CBDC에 신중한 입장이었지만 중국이 전향적인 자세를 보인 데다 코로나19로 현금 사용량 급감하면서 중앙은행들이 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지안카를로 윌키파&갤러거 선임고문은 “CBDC가 실물 화폐, 계좌 기반 화폐에 이어 세 번째 유형의 화폐가 될 것”이라고 했다.
가상화폐로 예금과 대출이 이뤄지는 디파이도 실물경제에 한층 밀접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디파이 운영업체 DXM의 유주용 최고전략책임자(CSO)는 “디파이의 규모가 아직은 미미하지만 지난 6월부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기존 금융업 못지않게 진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