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방위적인 압박으로 곤경에 처한 중국 기업들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업체인 SMIC(중신궈지)는 베이징에 반도체 공장을 새로 짓기로 했다.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는 중국에 첫 반도체 생산시설을 구축했다. 활로 찾는 중국 기업들6일 중국 인터넷 매체 신랑망에 따르면 SMIC는 중국 정부펀드인 국가집성전로산업투자기금Ⅱ, 이좡국투와 공동 출자해 법인을 설립하고 베이징에 새 반도체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 공장에선 12인치 반도체 웨이퍼와 집적회로(IC) 패키지 등을 생산할 예정이다.
공장 설립에는 모두 76억달러(약 8조2500억원)가 투입된다. 출자 비중은 SMIC 51%(25억5000만달러), 국가기금Ⅱ 24.49%(12억2450만달러), 이좡국투 24.51%(12억2550만달러)다. 착공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SMIC는 베이징 공장 건설을 통해 꾸준히 커지고 있는 반도체 시장과 고객 수요를 충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체생산 확대와 생산비용 절감, 웨이퍼 수탁생산 서비스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SMIC는 지난 5월에도 상하이 공장 생산능력을 확충하기 위해 중국 정부로부터 22억5000만달러를 투자받았다.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기 위해 SMIC의 공급망과 자금줄을 압박하고 있다. 미 상무부는 미국 기업이 SMIC에 반도체 생산설비와 재료, 소프트웨어, 각종 서비스를 제공할 때 사전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중국해양석유(CNOOC), 중국국제전자상무중심그룹(CIECC), 건설 기업 CCT와 함께 SMIC를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이들 기업이 중국군 소유이거나 군의 영향을 받는 곳이란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미국 투자자는 내년 말부터 SMIC의 주식을 살 수 없게 됐다.
활로 찾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중국 기업은 SMIC만이 아니다. 화웨이는 지난주 우한 연구개발(R&D)센터에 21만㎡ 규모의 반도체 생산시설을 완공했다. 화웨이의 중국 내 첫 반도체 생산시설이다. 화웨이는 칩 설계부터 제조, 조립, 검사까지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어 공급망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제재 고삐 죄는 미국내년 1월까지 임기를 45일 남겨두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중국 제재의 고삐를 더욱 죄고 있다. 지난 4일 미 국무부는 중국이 지원하는 5개 미·중 간 교류 프로그램을 종료한다고 선언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미 상호교육문화교류법(MECEA)에 따라 시행된 이들 프로그램은 문화교류로 위장됐다”며 중단 방침 배경을 설명했다. 이 법은 미국 공무원들이 해외 정부의 기금을 활용해 외국을 방문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별도의 성명을 통해 중국 공산당 당국자와 공산당 산하 통일전선공작부에서 활동 중인 개인을 대상으로 비자 제한 조치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미 국무부는 중국 공산당원이나 직계가족이 취득할 수 있는 미국 방문비자(B1·B2)의 유효기간 상한을 기존 10년에서 1개월로 단축하는 제한 규정도 도입했다.
미 의회는 이달 2일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을 퇴출할 수 있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6일엔 2021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에 화웨이 등 중국 업체의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을 사용하는 국가에 미군과 주요 군사장비를 배치하는 것을 재고하도록 하는 내용의 새 조항을 포함시켰다.
조 바이든 차기 미 행정부도 중국에 대한 압박 전략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동맹국과의 결속을 통해 중국을 포위하는 전략을 택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