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히 재확산하면서 회복 기미를 보이던 미국 고용 시장이 다시 얼어붙을 조짐이다. 고용이 개인 소득, 소비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미 경제 성장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5일(현지시간) 미 노동부에 따르면 11월 비농업 부문 일자리는 24만5000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44만 개)를 크게 밑돌았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던 올봄에만 일자리 2210만 개가 사라졌는데, 지난달엔 30만 개도 회복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10월의 일자리 순증가분은 61만 개였다.
경제 활력과 관련이 깊은 도소매업이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도소매업 취업자는 전달 대비 2만4000명 줄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11월 실업 통계는 끔찍하다”고 했다.
눈에 띄게 개선되던 실업률 회복세도 둔화했다. 지난달 미 실업률은 6.7%로 전달(6.9%)보다 0.2%포인트 개선됐다. 10월 회복세(1%포인트)의 5분의 1 수준이다. 실업률 자체도 올해 2월(3.5%)과 비교하면 여전히 두 배 높다. 노동부는 “휴직자를 일시적 실업자로 분류할 경우 실업률이 0.4%포인트가량 높아질 수 있다”고 추정했다.
경제활동 참가율이 떨어진 게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아예 구직을 포기한 사람이 늘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경제활동 참가율은 61.5%로 전달보다 0.2%포인트 감소했다. 1970년대 이후 최저치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구직 포기자까지 고려하면 실질 실업률이 10% 안팎으로 뛸 것”이라며 “내년 2월까지가 가장 험난한 시기”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취업난이 장기간 미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우려했다. 인력컨설팅업체인 글래스도어의 대니얼 자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는 더 어두운 겨울로 다가가고 있다”며 “2024년은 돼야 고용률이 과거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및 사망자는 연일 급증하는 추세다.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이날 하루 신규 확진자가 22만9077명에 달했다. 역대 최대다. 사망자도 2638명 나왔다. 지난달 말 추수감사절 대이동과 가족 모임의 후폭풍이 이번주부터 본격 반영될 것이란 경고도 나왔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신규 감염자가 계속 늘면서 2~3주 뒤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