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숲이 앞마당 '공원 아파트'가 뜬다

입력 2020-12-04 17:34
수정 2020-12-05 02:08

도시공원 계획 부지에 들어서는 ‘민간공원 조성 특례’ 단지가 관심을 끌고 있다.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 기업이 5만㎡ 이상인 도시공원 계획 부지의 70% 이상을 공원으로 조성한 뒤 지방자치단체에 기부채납(공공기여)하고 나머지 부지에 아파트를 짓는 것이다.

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이 각종 규제로 막힌 가운데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아파트 주요 공급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입주민이 공원을 앞마당처럼 사용할 수 있는 ‘숲세권’ 단지로 조성돼 청약 시장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도시공원 부지에 아파트 잇따라 4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한화건설은 이달 인천 연수구 선학동에서 ‘한화 포레나 인천연수’를 내놓는다. 단지는 지하 3층~지상 23층, 9개 동, 총 767가구 규모다. 모든 가구가 전용 84㎡로 공급된다. 인천시 최초의 민간공원 특례사업지다.

8만5000㎡ 규모의 무주골 근린공원과 함께 조성된다. 공원 부지에는 주민 편의시설과 나들쉼터, 단풍나무뜰, 상상놀이숲 등 다양한 녹지공간이 들어설 예정이다.

2009년 5월 도입된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오랜 기간 개발되지 않고 방치된 도시공원 부지를 활용해 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토지 보상·부동산 개발정보 플랫폼 지존에 따르면 전국에서는 총 72개의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진행 중이다.

대우건설은 최근 수도권에서 민간공원 특례사업 단지 두 곳을 잇따라 공급했다. 지난 7월 경기 용인시 기흥구에서 분양한 ‘기흥 푸르지오 포레피스’(677가구)는 8만5443㎡ 규모의 영덕공원 부지에 들어선다. 9월에는 경기 수원시 영흥공원 부지에 ‘영흥공원 푸르지오 파크비엔’(1509가구)이 공급됐다. 영흥공원 면적은 서울 여의도공원(약 23만㎡)의 두 배가 넘는 59만1308㎡에 달한다.

호반건설은 올 들어 인천, 경북 안동시, 제주 서귀포시 등 10여 곳의 민간공원 특례사업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민간공원 특례사업전담팀을 꾸린 한화건설은 포레나 인천연수 외에도 충남 천안시, 대전 등에서 민간공원 특례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숲세권’ 수요 늘면서 인기 ‘쑥쑥’건설사들이 민간공원 특례사업에 나서는 건 청약시장에서 인기가 높기 때문이다. 대규모 공원을 앞마당처럼 사용할 수 있는 점도 인기몰이 요인으로 꼽힌다. 올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수요자들이 녹지가 가까운 숲세권 단지를 선호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사업지가 대부분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에 속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통제 등으로 분양가가 낮게 책정되는 것도 관심 요인이다.

대우건설의 ‘기흥 푸르지오 포레피스’와 ‘영흥공원 푸르지오 파크비엔’은 1순위 청약에서 각각 9.9 대 1과 15.2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대출 기준과 청약 요건이 까다로운 투기과열지구인 것을 고려하면 높은 경쟁률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민간공원 특례 단지들의 매매가도 강세다. 지난해 9월 4억6900만원에 팔렸던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 롯데캐슬 골드파크’(919가구)는 올 9월 6억9700만원에 손바뀜했다. 1년 사이에 48.6%(2억2800만원) 뛰었다. 2016년 의정부시 직동공원 부지에 공급된 이 단지는 국내 1호 민간공원 특례 단지다.

일각에서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성격상 분양가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원과 함께 아파트를 조성하다 보니 일반적인 아파트와 비교해 사업비가 더 많이 들기 때문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민간공원 특례사업으로 지어지는 아파트는 공익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감안해 분양가 통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