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과 호주 간 대립이 격화되는 가운데 도를 넘은 여론전을 불사하고 주저 없이 경제보복 조치를 감행하는 중국의 행태가 낯설지 않다. 중국은 최근 외교부 대변인이 트위터에 호주 병사가 웃으면서 아프가니스탄 어린이의 목에 피 묻은 칼을 들이대는 조작된 이미지를 올렸다. ‘가짜 이미지’를 거론한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의 위챗(중국 대표 SNS) 메시지도 일방적으로 차단했다. 호주산 소고기, 보리, 석탄, 와인 등에 줄줄이 관세 폭탄을 안긴 데 이어 외교전에서도 진흙탕 싸움을 건 것이다.
중국이 국제 규범을 무시하면서까지 호주를 때리는 것은 그동안 호주가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국제조사를 주장하고 중국의 홍콩·위구르 탄압을 비판하는 등 ‘입바른’ 소리를 내는 것을 주저치 않았기 때문이다. 화웨이의 5G 사업을 불허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안보협력체인 ‘쿼드(미국·일본·인도·호주)’에 참여한 점도 중국을 자극했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생트집 잡아 한국행 단체관광을 막고 한국 대중문화를 금지한 행보와 판박이다.
이전에도 중국은 다른 나라의 정당한 정책행위에도 자국 이익이 조금이라도 침해됐다고 판단하면 집요하게 보복에 나서왔다. 노르웨이에 연어로, 일본에는 희토류로 겁박하는 등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을 약점 잡아 이용했다. 이 과정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미·중 갈등이 격화될 때마다 강조했던 ‘자유무역’이 허울뿐인 구호였다는 점도 명확해졌다. 중국에 ‘자유무역’이란 군사력과 경제력을 앞세워 국익을 관철하기 위한 위선적 수사에 불과한 셈이다.
주변국을 대하는 중국의 본질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설상가상으로 한국을 둘러싼 국제환경은 점점 험해지고 있다. 미국은 ‘쿼드 플러스(쿼드에 한국 등을 추가)’ 등의 형태로 반중(反中) 연합전선을 확장하길 원하고, 서방 민주국가들은 ‘호주산 와인 마시기’ 캠페인까지 벌이며 중국의 폭력에 연대하기 시작했다. 중국도 최근 방한한 왕이 외교장관이 “세계에 미국만 있는 게 아니다”며 중국 주도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조속한 발효를 압박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최근 한 국내 게임사가 중국 내 게임서비스를 허가받은 것을 두고, 곧 ‘한한령(한류 제한조치)’이 풀릴 것처럼 과도한 기대를 갖는 식의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 시늉뿐인 중국의 유화제스처는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