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수능 시험이 끝나면 전세 매물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하는데 올해는 전혀 없어요.”(서울 강남구 대치동 Y중개사무소 관계자)
강남구 대치동, 양천구 목동 등 이른바 ‘학군’이 부동산 시장이 2021학년 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났음에도 미동하지 않고 있다. 전세매물 자체가 워낙 없었던데다 나올 물건도 드물어서다. 학군을 따라 움직이는 전세 수요들은 보통 수능시험의 난이도나 시험일정에 따라 움직였다.
보통 수능이 끝나면 기존 학군수요가 빠지면서 매물이 늘고 전세값이 약세를 보여왔다. 2019학년도에는 난이도가 높은 '불수능'이 나오면서 대치동 일대의 전셋값이 단기 급등했던 때만 예외로 꼽힐 정도였다. 올해에는 학군수요와는 관계없이 지난 8월부터 이어진 매물절벽과 전셋값 급등세가 유지되고 있다. 수능 끝나면 쏟아졌던 전세매물…올해 임대차법 영향으로 '전무'4일 대치동 일대 부동산 중개사무소에 따르면 대부분 업소에서 전세 물량을 하나도 확보하지 못했거나 하나씩만 가지고 있을 정도로 품귀 상태가 심각하다. 강남구 대표 학군단지인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는 전용 84㎡ 기준 호가가 20억5000만원을 넘어섰다. 지난달 실거래가 기준으로도 20억2000만원에 전세 계약돼, 처음 20억원대에 진입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은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감정원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75주 연속 상승하는 중이다. 통상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전후로 오름세가 잦아드는 대치동, 목동 등에서도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이후 주간 단위로 전셋값이 1억~2억원씩 뛰는 등 급등 장세가 연출되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30년 된 노후한 주거지로,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인 대치동에서도 전세가격이 가장 저렴한 아파트로 꼽힌다. 최근 품귀 현상은 3개월 넘게 지속되고 있는 형편이다. 은마아파트는 전용 84㎡는 최근 10억원에 전세 계약됐다. 이 단지 인근에 위치한 K중개업소 대표는 “입시가 끝나도 서울 전역에서 전세가격이 올랐기 때문에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2년 더 살겠다는 세입자들이 많아 매물이 안나온다”며 “지금 전세는 부르는 게 값”이라고 말했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목동신시가지 5단지 전용 65㎡ 호가는 8억원대까지 치솟았다. 상반기 5억~6억원에 전세 거래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대 3억원까지 값이 뛴 셈이다. 상반기 6억원대에 전세 계약되던 목동신시가지 9단지 전용 100㎡도 현재 호가는 10억원까지 올랐다. 목동 I중개업소 관계자는 “목동 전셋값은 해마다 신학기를 앞두고 오르고 비수기엔 빠지는 편인데 올해는 계속 오름세만 보이고 있다”며 “하반기 임대차법 시행 이후에는 며칠 사이에도 억대 단위로 값이 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노원구 중계동, 분당 수내동 등으로 학군수요 번져KB부동산 조사 결과를 분석해보면 강남구 아파트 전셋값은 이번주 0.98% 급등해 25개 구 중 가장 많이 올랐다. 양천구도 지난주 0.84% 급등한 뒤 이번 주 0.38% 더 올라 상승세를 이어갔다.
부동산 업계에선 해마다 수능 직후 초겨울에는 전세 거래가 활기를 띠고는 했지만 올해만은 예외라고 입을 모은다. 최근 전셋값 급등세는 정부의 임대차법 시행에 따른 매물 절벽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더불어 대치동·목동 등지에서 전세를 구하지 못한 수요층이 노원구 중계동 등 학원가가 밀집한 ‘2차 선호지역’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전세시장 불안이 외곽까지 퍼지면서 서울 전역에서 심각한 단계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도권 인기 학군지 역시 전셋값 급등세가 잦아들 기미가 없다. 분당 수내동 일대가 대표적인다. 내정중·수내중에 배정받을 수 있는 수내동은 일대 대표적인 학군지로 꼽힌다. 분당 수내동 S공인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기존 실거래가보다 호가를 많이 높여 내놔도 매물 자체가 워낙 귀하기 때문에 세입자들의 문의가 쏟아진다”고 전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양지마을 금호1단지 전용 84㎡가 지난 12일 11억원에 전세계약을 마쳤다. 기존 최고가인 7억5000만원보다 가격이 3억5000만원 뛰어 11억원대에 진입했다. 이매동 이매촌 삼환아파트 전용 84㎡ 역시 13일 7억5000만원에 새 세입자를 찾았다. 기존 최고가인 5억5000만원에 비해 전세보증금이 2억원 올랐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