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이 국가를 살 찌우는 이유

입력 2020-12-07 09:01

대한민국이 지난달 15일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서명했다. RCEP은 한국 호주 중국 일본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등 15개국이 참여하며 세계 인구의 약 30%인 22억 명의 시장을 포괄한다.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0%에 해당하는 26조2000억달러 규모의 시장이 활짝 열린다는 점에서 수출과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이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RCEP은 중국이 주도하는 지역협력체지만 한국도 협상 마무리 단계에 조정자 역할을 맡는 등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한몫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무역은 20세기 후반 이후 인류에 경제·산업적 발달과 풍요를 가져다준 체제다. 근세 이후 서구 국가들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보호무역에 골몰하면서 국가 간 충돌이 수시로 빚어졌고, 1·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자유무역이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를 지킬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된 결과다.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은 자유무역이 보호무역보다 모두에게 이롭다는 이론적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비교우위(比較優位)란 A국이 모든 상품에서 B국보다 절대우위에 있지만 각각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높은 제품(비교우위가 있는)에 주력해 서로 교환하면 두 국가 모두 이익이 된다는 논리다.

한국이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것도 세계무역기구(WTO)로 대표되는 자유무역의 세계적 흐름에 적극 부응한 덕분이다. 한국은 WTO의 한계를 극복하고 시장개방 정도를 더 높이기 위한 국가 혹은 지역 간 FTA에도 적극 참여해 세계적으로 FTA 체결 상위 국가로 부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등장과 함께 대두된 ‘미국 우선주의’와 미국·중국 간 갈등은 보호무역 색채를 강화하며 자유무역을 위협하고 있다. 일본 호주 캐나다 등 태평양 주변 11개국이 참여하는 자유무역지대인 포괄적·점진적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미국이 참여하고 한국에도 참여를 강요할 가능성이 있다. CPTPP는 당초 중국 주도의 RCEP에 맞서기 위해 미국이 이끌었던 자유무역지대 구상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노동자 보호를 이유로 탈퇴하면서 우선 11개국만으로 발효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RCEP의 대항마로 CPTPP를 내세울 경우 ‘자유무역지대 간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자유무역은 무엇이고 한국이 왜 적극 참여하는지 4, 5면에서 알아보자.

정태웅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