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판사 "왜 검사들은 국민 세금으로 판사 사찰 문건을 만드는가"

입력 2020-12-03 14:28
수정 2020-12-03 14:53

현직 부장판사가 오는 7일로 예정된 법관대표회의에서 소위 '판사 사찰' 논란과 관련된 문건 등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장창국 제주지법 부장판사는 3일 법원 내부망에 대검찰청의 법관 정보수집 문건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는 검찰이 소위 사법농단 관련 수사에서 취득한 정보를 어떤 식으로 활용하고 있는지, 재판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려고 시도했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정 수 이상이 동의해야 회의 안건으로 넘길 수 있다"며 판사들의 공동행동을 촉구했다.

법관대표회의 규정상 회의 일주일 전 5명 이상이, 그리고 회의 당일 10명 이상이 제안하면 회의 안건에 추가해 논의할 수 있다.

장 부장판사는 또 "국가기관이 이러면 안 된다"며 "판사가 어느 연구회 소속이고 취미가 무엇인지, 가족관계가 어떻게 되는지가 왜 중요한가? 왜 이런 문건을 비싼 월급을 받는 검사가 국민세금으로 만드는가"라고 적기도 했다.

이에 대해 법관대표회의 측은 "검찰의 법관에 대한 정보 수집의 주체와 범위에 비춰 이번 사안이 재판의 독립을 침해한다는 의견, 그럼에도 재판이 계속 중인 사안인 만큼 신중하게 접근하자는 의견 등이 존재한다"며 "법관대표들은 회의 전까지 이 문제를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다룰지, 다룬다면 어떠한 내용과 방향으로 다룰지에 관해 소속 법원 판사들의 의견을 수렴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장 부장판사의 제안에 관한 토론, 안건 상정 여부 등은 정기회의 당일에야 확인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법관대표회의는 2017년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이 불거지자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구성된 회의체다. 각급 법원에서 선발된 판사 110여명으로 구성돼있다.

서울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지금 논란이 되는 '판사 사찰' 문건은 사실 내용도 허접하고 심지어 틀린 부분도 있다"며 "다만 법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행위 자체에 대해선 '추미애', '윤석열'이라는 이름을 지우고 고민해 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