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탄핵한 盧 소환해 검찰 비판한 추미애…野 "구차하다"

입력 2020-12-03 11:17
수정 2020-12-03 11:26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정지가 법원에서 제동이 걸리면서 위기를 맞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정사진을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검찰을 맹비판했다.

3일 추미애 장관은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한다면서 정치적으로 수사표적을 선정해 여론몰이할 만큼, '검찰당'이라 불릴 만큼 이미 정치세력화된 검찰이 민주적 통제 제도마저 무력화시키고 있다"면서 "살 떨리는 무서움과 공포를 느끼지만 이를 혁파하지 못하면 검찰개혁은 공염불이 되고 말 것이다. 그렇기에 저의 소임을 접을 수가 없다"고 했다.

추미애 장관은 "흔들림없이 전진할 것이다. 두려움없이 나아갈 것이다. 동해 낙산사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님 영전에 올린 저의 간절한 기도이고 마음"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보수 야권은 "본인이 탄핵시킨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이용하는 것은 구차하다"며 추미애 장관을 맹비판했다.

추미애 장관은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동참한 바 있다. 당시 추 장관은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사유는 줄이고 줄여도 책으로 만들 정도"라고 발언했었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을 통해 "국민에게 외면당한 법무부 장관의 마지막 몸부림을 본다. 법무부 감찰위, 법원, 심지어 믿었던 측근까지 등을 돌리자, 이젠 돌아가신 분까지 끌어들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의원 추미애'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던 하소연을 왜 국민이 들어야 하나. 구차한 변명은 친문 세력과 따로 만나 하시라"며 "한 줌 권력을 막판까지 남김없이 흡입하려는 망자(亡者) 소환, 한 평생 공정과 통합의 결단을 해온 고인이 들으면 혀를 끌끌 찰 일"이라고 했다.

김은혜 대변인은 "갈피를 못 잡는 장관, 이제 또 누구를 안고 뛰어내리려 할지 걱정된다. '살이 떨리는 무서움과 공포'는 추 장관이 아닌 국민들이 충분히 겪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추 장관의 정상적인 장관직 유지가 가능할 지부터 가늠한 뒤에, 해임으로 추 장관을 자유케 하라"고 했다.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급하긴 급했나 봅니다"라고 했다.

김근식 교수는 "자신이 탄핵했던 노 대통령 영정사진까지 소환하는 추 장관, 민심과 여론의 되치기에 겁나기도 하고, 모든 책임을 혼자 독박 쓸지도 몰라 쫄기도 한다"며 "결국 마지막 동아줄은 친노·친문·대깨문들과 운명공동체 전략으로 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이상 밀리지 않도록 친문진영 재결집하고 밀려도 친문과 함께 옥쇄하겠다는 각오를 과시해 본인을 내칠 경우 '가만있지 않겠다'는 압박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근식 교수는 "(추 장관은) 과거 노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삼보일배로 사죄하고 그 원죄 갚느라고 탄핵정국에 민주당 당 대표 맡아 문재인 대통령을 만들었다"며 "민주당 대표 시절 오바해서 드루킹 사건 원죄 갚느라고 조국 사태에 법무부 장관 맡아서 윤석열 찍어내기 선봉에 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윤석열 찍어내려다 무리해서 되치기당하고 여론의 역풍을 맞아 문재인 정권 폭망을 자초하면, 그 원죄를 어찌 감당할지요?"라며 "징계위 열고 해임 강행하고 대통령이 재가하면 추미애와 문재인은 온전히 운명공동체가 되는 셈"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추 장관이)그래서 디데이를 앞두고 노무현 사진까지 불러내서 친노·친문, 문대통령과의 일체감을 극대화시켜 강조하는 것"이리며 "다른 한편 문 정권이 자신을 토사구팽할 경우, 가만있지 않겠다는 독박거부의 의사표시이기도 하다"고 했다.

또 "문 대통령은 이미 이용구 (법무부)차관에게 징계위원장을 맡기지 말라고 지시했다"며 "징계는 전적으로 추 장관의 결정이고, 대통령은 법에 따라 징계결과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최악의 경우 추 장관과 손절 가능성을 이미 열어놓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근식 교수는 마지막으로 "윤석열 찍어내기의 역풍이 거셀 경우, 秋·文(추·문) 공동전선이 깨지면 추 장관의 행보가 과연 어떨지 궁금하다"고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페이스북을 통해 "추미애, 잔머리 굴리는 것 보라"며 "이 퍼포먼스는 문재인 정권의 공식 미학이 된 탁현민(청와대 의전비서관) 스타일"이라고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추 장관은) 개인에게 불이익을 줄 때는 반드시 '적법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헌법 12조 1항의 정신을 위반해 놓고, 노 전 대통령을 그 위헌적 망동의 변호인으로 동원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노 대통령은 자신의 가족이 비리에 연출됐을 때 지지자들에게 '나를 버리라'고 했다. 그것은 나를 버려야 진보의 가치가 산다는 뜻"이라며 "유서에는 '아무도 원망하지 말라'고 적었는데, 원한의 정치가 국가와 민주주의에 치명적인 해를 끼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진 전 교수는 "그들은 노무현의 이름으로 노무현의 정신을 배반하고 있다. 노 대통령이 하늘에서 이를 보면 얼마나 억울하고 화가 나겠느냐"고 했다.

이어 "저들은 자신들의 정략적 이익을 위해 노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대중의 '원한'을 활용해 왔다. 요즘은 저들이 정말로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원한'을 가졌는지 조차 의심한다"며 "원한에 진정성이라도 있다면, 그것을 저렇게 싸게 팔아먹지는 못할 것이다. (추미애 장관은)주책 좀 그만 부리고 이제 사퇴하라"고 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