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盧 탄핵 사유 책으로 만들 정도"라더니 영정 왜 찾았나

입력 2020-12-03 10:49
수정 2020-12-03 14:23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가결의 불가피성을 역설하며 "노 대통령의 탄핵사유는 줄이고 줄여도 책으로 만들 정도"라고 말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위기 상황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정을 찾은 사실을 공개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정지가 법원에서 제동이 걸리면서 위기를 맞은 추 장관은 3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정사진을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검찰개혁을 위해 물러나지 않을 뜻임을 강조했다.

추 장관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 글을 통해 "검찰은 검찰권 독립과 검찰권 남용을 구분하지 못하고, 검찰권의 독립 수호를 외치면서 검찰권 남용의 상징이 됐다"고 말했다.

추 장관은 "검찰은 이제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무서운 집단이 되어버렸다"면서 "전직 대통령도, 전직 총리도, 전직 장관도 가혹한 수사활극에 희생되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무소불위의 검찰이 측근을 감싸기 위해서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했다"면서 "이 백척간두에서 살떨리는 무서움과 공포를 느낀다"고 소회를 전했다.

그러면서 "인권을 수호하는 검찰로 돌려 놓을 것이다. 제식구나 감싸고 이익을 함께하는 제 편에게는 유리하게 편파적으로 자행해 온 검찰권 행사를 차별없이 공정한 법치를 행하는 검찰로 돌려 놓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법무부 감찰위원회와 법원이 윤 총장에 대한 직무 정지가 부당하다고 결론내린 가운데 법무부는 오는 4일 윤 총장에 대한 징계위를 앞두고 있다. 다만 윤 총장 측은 이날 징계위 기일을 오는 8일로 변경해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한다.

한편 이날 발표된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국민의힘이 31.2%, 민주당 28.9%로 지난 8월2주 이후 근 4개월 만에 역전됐다. 문 대통령 지지율을 취임 후 처음으로 30%대로 주저앉았다. 추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 정지 조치와 그에 따른 검찰의 반발, 추 장관의 조치가 부적정했다는 법무부 감찰위 결과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다음은 추미애 장관이 올린 글 전문.

검찰 독립성의 핵심은 힘 있는 자가 힘을 부당하게 이용하고도 돈과 조직 또는 정치의 보호막 뒤에 숨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검찰은 검찰권 독립과 검찰권 남용을 구분하지 못하고, 검찰권의 독립 수호를 외치면서 검찰권 남용의 상징이 돼 버렸습니다.

인권침해를 수사해야 하는 검찰이 오히려 인권침해를 저지르고, 수사가 진실과 사실에 입각하지 않고 짜 맞추기를 해서 법정에서 뒤집힐 염려가 없는 스토리가 진실인 양 구성하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가혹한 수사를 하고, 미리 수사의 방향과 표적을 정해놓고 수사 과정을 언론에 흘려 수사 분위기를 유리하게 조성하고 어느 누구도 수사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언론의 폭주를 제어하지도 못하고, 이미 혐의자는 법정에 서기도 전에 유죄가 예단되어 만신창이 되는 기막힌 수사 활극을 자행해 왔습니다.

그리하여 이제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무서운 집단이 되어버렸습니다.

전직 대통령도, 전직 총리도, 전직 장관도 가혹한 수사 활극에 희생되고 말았습니다.

그런 무소불위의 대한민국 검찰이 힘 가진 자에 대해서는 꼬리곰탕 한 그릇에 무혐의를 선뜻 선물하고, 측근을 감싸기 위해서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고, 막강한 경제권력과 언론권력을 앞에서는 한없는 관용을 베풀었습니다.

수사와 기소의 잣대를 고무줄처럼 임의로 자의적으로 쓰면서 어떤 민주적 통제도 거부하는 검찰입니다.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한다면서 정치적으로 수사 표적을 선정해 여론몰이할 만큼, “검찰당”이라 불릴 만큼 이미 정치세력화된 검찰이 민주적 통제 제도마저 무력화시키고 있습니다.

이 백척간두에서 살떨리는 무서움과 공포를 느낍니다. 그러나 이를 혁파하지 못하면 검찰개혁은 공염불이 되고 말 것입니다. 그렇기에 저의 소임을 접을 수가 없습니다.

이제 대한민국 검찰을 인권을 수호하는 검찰로 돌려놓을 것입니다. 제 식구나 감싸고 이익을 함께하는 제 편에게는 유리하게 편파적으로 자행해 온 검찰권 행사를 차별 없이 공정한 법치를 행하는 검찰로 돌려놓을 것입니다.

흔들림 없이 전진할 것입니다. 두려움 없이 나아갈 것입니다.

동해 낙산사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님 영전에 올린 저의 간절한 기도이고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