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끌고, 중저가 밀고…서울 집값 '들썩'

입력 2020-12-03 17:19
수정 2020-12-04 03:12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이 가팔라지고 있다. 전세 매물 품귀로 인한 실수요자들의 매수세가 서울 외곽의 중저가 아파트값을 끌어올렸다. 여기에 사업 속도를 내는 강남의 고가 재건축 아파트값도 들썩이고 있다. 강남 재건축 대장주인 압구정 현대가 조합 설립에 나서면서 주변 단지들의 매수심리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살아나는 강남 재건축 매수세 한국감정원은 지난달 다섯째주(지난달 30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이 전주(0.02%)보다 0.01%포인트 상승한 0.03%로 집계됐다고 3일 발표했다. 지난 8월 첫째주(0.04%) 이후 3개월 만의 가장 큰 상승률이다.

정부의 고가 아파트 규제와 코로나19 확산세로 서울 아파트값은 최근 10주 연속 0.01%에 이어 4주 연속 0.02%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러다가 다시 상승폭을 키운 것이다.

보유세 강화로 매수세가 끊겼던 강남 아파트값이 움직이고 있다. 강남(0.04%)·서초(0.03%)·송파(0.03%) 등 강남 3구는 전주보다 0.01%포인트씩 상승률이 높아졌다. 강남구와 서초구는 전주 각각 8주, 15주 만에 보합에서 상승으로 전환했다.

압구정 현대가 조합 설립을 앞두는 등 재건축 기대가 커진 영향이 주변 지역으로 확산했다. 압구정 현대는 전체 6개 구역 중 1~5구역이 조합 설립 요건인 주민동의율 75%를 넘어섰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압구정동 현대8차 전용 111㎡는 지난달 신고가인 23억650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압구정 현대7차 전용 245㎡도 10월 말 67억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경신했다.

압구정 외 서초구 신반포 4지구 통합 재건축 단지 중 하나인 신반포8차 전용 53㎡는 지난달 신고가인 17억7000만원에 손바뀜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매수세가 주춤했던 잠실주공5단지도 거래가 늘고 있다. 서울 잠실동 H공인 관계자는 “최근 1~2주 사이에 잠실주공5단지에서 6건 정도 매매가 이뤄졌다”며 “호가도 다시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난에 중저가 단지도 강세 전세난에서 시작된 서울 외곽의 중저가 단지 매수세도 꺾이지 않고 있다. 동대문·노원·강서·관악구 등은 0.04%씩 올랐고 강북(0.03%)·구로(0.03%)·중랑(0.03%) 등도 강세를 이어갔다. 거래량이 많지는 않지만 매매 계약은 대부분 신고가에 이뤄지고 있다.

강북구 미아동 ‘꿈의숲롯데캐슬’ 전용 84㎡는 지난달 신고가인 9억8000만원에 계약이 이뤄졌다. 이 단지는 6월 처음으로 매매가 9억원을 넘긴 이후 매달 신고가를 새로 쓰고 있다. 노원구 중계동 ‘롯데우성’ 전용 115㎡도 지난달 13억1000만원에 매매돼 신고가를 경신했다. 도봉구 창동 ‘동아청솔’ 전용 84㎡는 직전 거래가(8억9500만원)보다 2000만원 오른 9억15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서울 출퇴근이 가능한 인천(0.12%→0.13%)과 경기(0.22%→0.24%)도 상승폭이 커졌다. 지방은 전주와 동일한 0.31% 상승을 나타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의 규제가 공급 물량 부족과 전세난으로 인해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시장에서는 정부가 세금을 늘리기 위해 공시가격을 높이면 그만큼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11·19 부동산 대책’이 나왔지만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전주와 동일한 0.15%를 유지했다. 75주 연속 상승세다. 송파구(0.23%) 강동구(0.22%) 강남구(0.21%) 등 학군과 교통 여건이 양호한 지역 위주로 강세를 보였다. 인천과 경기는 각각 0.37%, 0.27% 올랐다. 지방도 0.34%의 높은 전셋값 상승률을 보였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