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규 여동생 "오빠는 대통령 되려 한 적 없다…반역자 아냐"

입력 2020-12-03 16:07
수정 2020-12-03 16:16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살해하고 사형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여동생이 외신과 인터뷰에서 오빠의 내란 혐의를 부인했다.

김재규의 셋째 여동생인 김정숙씨는 3일 보도된 프랑스 AFP통신 인터뷰에서 "사람을 죽였다면 벌을 받는 게 마땅하다"면서도 "오빠는 스스로 대통령이 되고자 대통령을 죽이지 않았으며 국가에 반역을 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정숙 씨는 "유일한 면회가 형 집행 전날 이뤄졌다. 누구도 다음날 형이 집행될 줄 몰랐다"며 "오빠는 자신이 왜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를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처형됐다"고 했다.

AFP 통신은 "유신헌법을 만들어 대통령 직선제를 폐지하고 중임·연임 제한 규정까지 철폐한 박정희 대통령은 과거 존경의 대상이기도 했지만, 권위주의적 통치로 경멸의 대상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AFP는 김 전 부장의 무덤은 한국 현대사의 분쟁을 상징한다고 소개했다. AFP는 "김 전 부장의 무덤 옆에 세워진 추모비에는 '의사'(義士) '장군'(將軍)이란 단어가 훼손돼 있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에 의한 소행으로 짐작된다"고 했다.

그러나 이곳은 매년 김 전 부장의 생일 및 10월 26일마다 시민들이 양주 '시바스 리갈'을 들고 참배하는 장소이기도 하다고 AFP는 전했다.

김정숙씨를 비롯한 유족은 "김재규에게 내란 혐의를 씌운 재판과 가족에게 통보 없이 단행된 형 집행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최근 재심을 청구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육사 동기로 1976년 중앙정보부장에 오른 김재규는 1979년 10월 26일 서울 종로구 궁정동 안가에서 연회 도중 박 전 대통령과 차지철 경호실장을 살해했다.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주도한 합동수사본부는 이 사건을 본인이 대통령이 되려고 김재규가 벌인 내란 목적의 살인으로 결론지었다.

김재규는 이듬해 1월 육군 고등계엄 군법회의에서 내란 목적 살인 및 내란 미수죄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형은 넉 달 뒤 서울구치소에서 집행됐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