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인공지능(AI)이 가상현실(VR)을 넘어 현실 세계로 확장됩니다. 이 같은 ‘거대한 전환’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프로젝트가 절실한 시점입니다.”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석좌교수 겸 AI연구원장은 2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다산홀에서 열린 ‘2021 모바일 프런티어 콘퍼런스’의 기조발표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모바일 프런티어 콘퍼런스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사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가 주관하는 행사다. 모바일산업의 미래를 제시하고 신기술 트렌드를 논의하는 자리다. ‘언택트(비대면) 시대의 모바일’을 주제로 열린 올해 행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유튜브 생중계 방식으로 진행됐다. “기업 구조 AI에 적합하게 바꿔야”‘AI와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의 시작’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장 교수는 “그동안 AI는 지능적 측면으로 발전했다면 앞으로는 현실로 확장할 수 있는 로봇 등 물리적 차원으로 함께 발전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새로운 종류의 산업이 생겨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정부가 ‘데이터댐’ 사업을 통해 AI가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를 대규모로 수집하고 있는 것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 같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문샷 프로젝트’를 추진해 새로운 기술과 산업을 일으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시대를 맞아 신경망처리장치(NPU)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AI 반도체의 일종인 NPU는 기존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보다 딥러닝 학습에 최적화됐다. CPU 대비 연산 속도는 25배, 에너지 효율은 50배가량 높다. 이 때문에 인텔, 엔비디아, 삼성전자 등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이 앞다퉈 경쟁 중인 분야다. 내년 NPU 상용화를 계획 중인 딥엑스의 김녹원 대표는 “올해 세계 데이터양이 44제타바이트(ZB·1ZB는 약 1조기가바이트)에 달한다”며 “연산 속도와 에너지 효율이 월등한 NPU 개발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이 변화의 흐름에 발맞춰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많은 기업이 AI를 업무에 도입하려는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AI 전문가를 고용하거나 별도 팀을 구성해 관련 업무를 전담하도록 하고 있다. AI·블록체인 전문기업인 AIBB랩의 장동인 대표는 “모든 기업은 영업, 물류 등 기능별로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며 “AI를 도입하려면 조직 구조부터 데이터 생산에 적합하게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AI를 학습시킬 수 있는 잘 정리된 데이터를 만드는 게 AI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AI 전담 부서를 꾸리더라도 원하는 데이터를 얻을 수 있도록 현업 부서와 커뮤니케이션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 경험 구현”전통산업에서도 온라인과 모바일을 활용한 혁신이 가속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유통 분야다. 연사로 나선 장유성 SSG닷컴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코로나19 여파로 신선식품 주문·배송 분야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의 ‘만져보는 경험(tangibility)’을 구현하는 게 과제”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매장의 불편함은 기술로 해결해 나가고 있다. SSG닷컴은 상품 추천 서비스인 ‘개인화 추천’, 제품 영상 서비스인 ‘씨즐영상’, 이미지 검색인 ‘쓱렌즈’ 등을 잇따라 도입했다. 장 CTO는 “여기에는 비주얼 인식, 자연어 인식, 데이터 분석 기술 등이 적용됐다”며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 분석에도 기술이 활용된다”고 했다.
모빌리티도 최근 빠른 변화를 보이고 있다. 차두원 차두원모빌리티연구소장은 자동차가 결제 시스템 역할을 하는 ‘카 커머스’ 확산과 배송·방역 등 특수 목적 운송수단의 부상, 구독형 서비스, 안전성 강조 등을 변화의 축으로 꼽았다. 특히 자동차가 엔터테인먼트와 커머스를 아우르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아우디가 차내 가상현실(VR) 게임을 선보이고, 아마존이 커머스 영역을 모빌리티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걸 사례로 들었다. 차 소장은 “자동차산업의 중심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콘텐츠로 이동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행사 영상은 한국경제신문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다시 볼 수 있다.
이승우/홍윤정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