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의 당기순이익이 전통의 수출 주력 산업인 철강·조선 업종을 처음으로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내년 순이익은 작년보다 세 배 정도 늘어 3조원을 돌파하는 것으로 예상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치료제와 백신 수탁생산(CMO) 수주가 잇따른 데다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출이 폭증한 덕분이다.
순이익 전년보다 138% 늘어2일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실적 전망치가 있는 22개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의 올해 순이익은 총 2조4079억원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순이익 1조116억원보다 138% 늘어난 수치다.
개별 기업으로 보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순이익이 각각 5926억원과 2912억원으로 전망됐다. 진단키트 업체 씨젠은 4868억원의 순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측됐다. CMO 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도 2240억원의 순이익을 낼 전망이다.
반면 포스코 현대제철 고려아연 동국제강 세아베스틸 풍산 등 철강·금속 업종 6개 기업의 순이익은 2조927억원에 그칠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2조6020억원보다 19.6% 줄어든 수치다. 바이오헬스 업종의 순이익이 철강 업종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우조선해양 한국조선해양 등 6개 조선 업체는 3949억원의 순손실을 볼 전망이다. 935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삼성중공업을 제외해도 순이익은 5410억원에 그친다. 셀트리온 한 회사의 올해 순이익보다 적은 것이다. 코로나19로 퀀텀점프전문가들은 올해 국내 바이오·헬스케어산업이 코로나19를 발판 삼아 ‘퀀텀점프(대도약)’했다고 분석했다. 그동안은 신약 개발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올랐다면 올해엔 실적이 뒷받침된 사례가 이어졌다. 연 10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올리는 기업만 셀트리온 씨젠 셀트리온헬스케어 삼성바이오로직스 유한양행 녹십자 동국제약 등 7곳에 달할 전망이다.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의 실적을 이끈 ‘삼두마차’는 바이오시밀러와 CMO, 진단키트 업종이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주력 제품으로 밀고 있는 램시마SC의 성장세가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램시마SC는 병원을 찾아가 정맥주사를 맞아야 했던 램시마를 환자들이 집에서 직접 주사할 수 있도록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바꾼 것이다. 코로나19 유행과 함께 수혜를 봤다. 셀트리온은 이 제품이 2022년 연매출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셀트리온그룹은 올해 영업이익 1조원에 이어 내년 또는 2022년엔 영업이익 2조원 시대를 열 것으로 보고 있다.
진단키트 업종은 코로나19를 확실한 성장 기회로 삼았다. 코로나19 유행이 본격화한 지난 2월부터 코젠바이오텍 씨젠 바이오니아 랩지노믹스 등이 진단키트를 속속 내놨다. 이는 실적으로 이어졌다. 비상장사인 SD바이오센서는 내부적으로 올해 매출 1조6000억원, 순이익 8000억원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씨젠 역시 매출 1조85억원에 순이익 4868억원의 실적을 올릴 것으로 증권사들은 전망했다. CMO도 세계가 주목코로나19 이후에도 장기 성장세가 예상되는 분야는 CMO 사업이다.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CMO에 대한 수주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GSK 등으로부터 코로나19 치료제 생산 계약을 잇따라 수주했다. 녹십자는 내년 3월부터 2022년 5월까지 백신과 치료제 5억 도즈의 완제 공정을 맡아 전염병대응혁신연합(CEPI)과 계약했다. 녹십자는 백신 등 일반적인 완제 공정의 경우 도즈당 1~3달러 정도의 영업이익을 남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대 1조5000억원이 남을 수 있단 얘기다. SK바이오사이언스 역시 다국적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미국 노바백스의 백신을 생산하기로 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