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냉장고 '집콕 특수'

입력 2020-12-02 17:21
수정 2020-12-03 02:14
가전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백화점에선 명품과 함께 가장 잘 팔리는 품목에 올랐다. 해외여행에 쓰던 돈이 내수로 풀리고 집 꾸미기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2일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지난달 가전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8% 늘었다. 에어컨 수요가 몰린 6월(64.9%)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백화점은 가전 제조사들이 프리미엄급 제품을 판매하는 주요 유통 채널이다.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냉장고, LG전자의 오브제 컬렉션이 대표적이다.

코로나19가 갈수록 확산하자 ‘코로나 테라피(치유)’의 일환으로 가전을 소비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여행 가려고 모아뒀던 돈으로 고급 냉장고를 산다든가, 거실에 놓인 TV가 작아보여 좀 더 큰 제품으로 바꾸는 식이다.

이마트의 지난달 가전 판매 증가율은 29.4%에 달해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탁기(33.5%), TV(22.5%), 냉장고(11.3%) 등 대형 가전이 고루 잘 팔렸다. 1~11월 누적 가전 판매 증가율은 12.9%다.

홈플러스에서도 3~11월 정보기술(IT) 가전 판매량이 전년 대비 46% 증가했다. 개별 품목으로 가장 많이 팔린 건 태블릿PC다. 증가율이 426%에 달했다. 온라인 수업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같은 기간 대형 생활가전 판매 증가율은 37%였다.

가전 양판점인 롯데하이마트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560억원으로 전년 대비 67.3% 급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롯데하이마트는 중소형 제품 2시간 퀵배송 등 빠른 배송 서비스를 내세워 실적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가전 시장의 특징은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통한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신혼부부들이 해외여행을 못 가는 대신 직접 눈으로 보고 사야 하는 가전에 더 많은 돈을 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쿠팡도 가전 배송에 뛰어들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가전은 빠른 배송 못지않게 설치 기사들의 전문성과 구매자와의 소통이 중요하다”며 “온라인 쇼핑몰은 전담 설치 기사가 없기 때문에 오프라인 가전 판매업체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