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홀로 '코로나 터널' 탈출…쇼핑몰마다 '보복소비' 북적

입력 2020-12-02 17:21
수정 2020-12-10 19:47

일요일인 지난달 29일 오후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의 이디강 쇼핑몰. 주차장으로 진입하려는 차량이 수백 대 줄지어 서 있었다. 입장까지 30분 넘게 걸렸고, 주변 지역 교통까지 마비될 지경이었다. 이디강은 나이키 H&M 레고 같은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는 쇼핑몰이다. 중산층까지 퍼진 베이징의 소비 온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평일인 2일에 가본 이케아도 비슷했다. 입장 때 마스크 착용 여부와 체온을 확인하는 것 외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과 다를 바 없었다. 이디강에서 만난 장훙 씨는 “작년 이맘때보다 사람이 더 많다. 이런 ‘보복적 소비’가 한동안 갈 것 같다”고 말했다.

세계 주요 도시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수도 베이징은 코로나19 무풍지대가 수개월째 유지되고 있다. 비결은 역시나 강하고 지속적인 통제다.

중국 정부는 지난 3월부터 해외에서 들어오는 베이징 직항 항공로를 차단했다. 베이징에 가려면 다른 도시에서 내려 2주 동안 지정 호텔에서 격리한 다음 베이징에 와서 또 1주일 호텔 격리를 하도록 했다. 8월부터 1주일 추가 격리를 중단하면서 베이징 직항 항공편도 열었으나 대상국은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된 9곳뿐이다. 한국도 9개국에 포함됐지만 운항 노선은 1주일에 1회, 에어차이나 비행편밖에 없다.

호텔 격리 동안의 감시도 엄격하다. 폐쇄회로TV(CCTV)로 복도를 24시간 감시하면서 방 밖으로 나오는 사람에게 즉각 경고 메시지를 날린다.

중국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 즉각 주변 지역을 봉쇄하고 접촉자에 대한 전수 검사로 대응한다. 지난달 상하이 푸둥공항에서 확진자가 나오자 공항 전체를 폐쇄하고 푸둥공항발 비행편을 1주일 동안 전면 취소하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많은 나라가 방역이냐, 경제냐를 두고 고민하는 것과 달리 중국은 먼저 방역에 올인했다.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전역에선 수개월 동안 강한 통제가 이뤄졌다. 아파트 단지에는 주민임을 확인해야 들어갈 수 있었고, 엘리베이터를 탈 때는 한 사람씩만 타야 해 줄을 길게 늘어섰다. 주요 건물에 들어갈 때는 14일 동안 건강에 문제가 없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건강코드’를 제시해야 했다. 식당도 포장 주문만 받았다.

이 같은 강력한 봉쇄는 국내외에서 상당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지난 1월 진원지인 우한을 비롯한 후베이성을 전면 봉쇄했을 땐 “중국이 전염병을 차단하기 위해 한 지방을 희생시키고 있다”(블룸버그통신)는 지적도 나왔다. 의료진과 물자 부족으로 코로나19 사망자가 후베이성에 90% 이상 집중됐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조치였다.

유례없는 봉쇄 결과, 경제는 반등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발표한 11월 공식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2.1을 기록하며 9개월 연속 ‘경기 확장(PMI 50 이상)’ 국면임을 보여줬다. 지난 1일 나온 차이신 제조업 PMI는 2010년 12월 이후 10년 만의 최고치인 54.9를 기록했다. 대형 국유기업 대상 공식 PMI와 중소기업·수출기업까지 아우르는 차이신 PMI 모두 경기가 상승 국면임을 나타냈다. 10월 소매판매 증가율(전년 동월 대비)은 4.3%로 9월(3.3%)보다 더 올라갔다.

상하이와 선전증시 우량주 300종목으로 구성된 CSI300은 1일 2.15% 뛴 5067.10으로 마감하며 2015년 6월 17일(5138.83) 이후 5년 반 만에 5000을 돌파했다. 이날도 상승세가 이어졌다.

상당수 글로벌 투자자는 중국 증시 강세가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 실적이 계속 좋아지는 가운데 내년에는 세계 경제 반등과 미국과의 관계 회복도 기대된다는 진단이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중국 기업 이익이 2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HSBC가 글로벌 기관투자가 1000여 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71%가 중국 주식 비중을 늘릴 예정이라고 답했다. 이 가운데 62%는 향후 1년 동안 중국 주식을 25%가량 늘리겠다고 했다.

일각에선 이런 중국의 경제 반등이 지속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중국의 경제 성장 속도가 최근 수년간 눈에 띄게 둔화됐기 때문에 올해 반등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져 보이는 것일 뿐이란 분석이다. 중국이 경제 발전 전략으로 채택한 내수 중심의 ‘쌍순환’ 정책에 대한 의구심도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