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시행할 예정인 명예퇴직 규모가 1년 전보다 확대될 전망이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조직을 축소해야 할 유인이 커졌기 때문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임금피크제에 들어간 57세 이상 직원과 41세를 넘긴 일반 직원(10년 이상 근무)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특별 퇴직금으로 57세 이상에는 월 평균 임금 28개월치와 전직 지원금 4000만원 등을 주기로 했다. 41세 이상 일반 직원에겐 근속 기간에 따라 20~39개월치 임금과 1000만원어치 규모의 농산물상품권을 지급하는 조건이다.
농협은행은 명퇴 신청자 수를 밝히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번엔 임금피크제 적용자 중 대부분이 신청서를 냈고, 일반 직원의 신청도 대폭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41세 이상 직원의 특별퇴직금을 지난해 ‘일괄 20개월 임금’에서 올해 ‘최대 39개월 임금’으로 늘린 게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신한·국민·하나·우리은행은 노사 협의를 거쳐 늦어도 내년 초 희망퇴직 신청 관련 공고를 낼 예정이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신한·국민·하나·우리·농협 등 국내 5대 은행의 명예퇴직자는 총 1750여 명이었다. 이번엔 규모가 소폭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코로나19 여파와 디지털 금융 확산으로 인력 규모를 줄일 필요성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에도 은행 순이익은 크게 줄지 않아 특별 퇴직금을 지급할 여력은 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인건비 절감은 국내 은행의 장기 과제”라며 “은행 밖 경제 여건이나 고용시장 상황이 나쁘기 때문에 예년보다는 나은 조건을 제시해야 신청자 수가 늘어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