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는 사람 더 때리는 '징벌과세', 돈도 일자리도 내쫓는다

입력 2020-12-02 17:51
수정 2020-12-03 00:14
소득세 최고세율이 내년부터 42%에서 45%로 높아진다. ‘세금폭탄’이나 다름없는 종합부동산세 등과 함께 소위 ‘부자증세’가 더 견고해지는 것이다. 내년에 시행될 소득세법 개정안은 연 10억원 이상 고소득자를 겨냥했다. 앞서 투기대책으로 올린 부동산 세금과 함께 근로·사업소득의 세 부담이 늘어나게 됐다.

최고세율 45%를 부담할 납세자가 많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상자는 1만6000명가량으로 전체의 0.06% 정도다. 세율을 올려 더 걷을 세금도 내년에 3969억원으로 추산돼 정부 지출예산의 0.07%에 그친다. 그럼에도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에 주목하는 것은 ‘부자증세’ ‘징벌 과세’가 미칠 파장과 부작용 때문이다.

무엇보다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속도가 너무 빠른 데다 중과세 대상도 편향돼 있다. 최고세율을 올린 것이 2012년 이후 벌써 네 번째다. 최고세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일곱 번째로 높아져, 북유럽 국가들과 비교될 만큼 한국이 ‘세금 많은 나라’가 되는 것이다. 전체 근로자의 약 40%가 면세자인 ‘비정상’은 그대로 둔 채 고소득층만 일관되게 때리고 있다. 안 그래도 소득상위 1%가 근로·종합소득세의 42%(2018년)를 부담해 ‘보편과세’라는 세제의 큰 원칙이 훼손되는 판에 정부와 여당이 납세의 쏠림을 더 부채질하는 것이다.

‘고액 납세자 더 때리기’식 부자증세가 지속되면 자본도, 좋은 일자리도 다 해외로 내쫓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무거운 세금 탓에 프랑스 국민배우 제라르 드 파르디외가 이민을 간 것이나, 스웨덴 팝스타 아바와 대표기업 이케아가 해외로 이주한 게 극단적 사례가 아니다. 세계 어디서든 고소득자에게는 영주권 문호가 넓고, 수익을 많이 내는 기업일수록 환영받는 ‘국적 선택의 시대’다. 균형 잃은 외곬 세제가 좋은 일자리와 소득·자본까지 구축(驅逐)할까 두렵다. 문재인 정부와 같은 시기에 집권한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가 경제살리기 조치로 기존 ‘부유세’부터 폐지한 것에 의미 있는 시사점이 있다.

세제까지 포퓰리즘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국가 유지의 근간을 ‘국민정서법’의 틀에 넣고 지지세력의 기분에 맞춰 흔들어선 곤란하다.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라는 원칙에 따라야 조세저항이 없고 국가경쟁력도 확보된다. 폭증하는 복지수요와 둑 터진 재정지출에 대비하려면 편향된 부자증세가 아니라 보편증세로 가야 한다. 그래야 나라살림이 지속가능하고 미래세대가 보기에도 덜 비겁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