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에도 우리는 작년과 똑같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다. 거의 모든 수험생이 대학 입시를 목표로 달려왔으니 교육부로서도 별다른 방책이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수능시험 듣기 평가에 방해된다고 비행기도 못 뜨게 하는 경우를 세계에서 찾을 수 있을까. 소위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대학이 입시요강을 조금이라도 바꾸면 신문 1면을 장식하는 모습은 우리 교육의 서글픈 현실이다.
TV 드라마 속 교실의 수업 풍경은 충격적이다. 선생님은 열심히 가르치는데, 학생 태반이 엎드려 자고 있다. 공부를 하는 학생들은 사교육으로 몇 년 치 선행학습을 했다며 수업은 뒷전이고, 좀 뒤처지는 학생들은 애초에 공부에 관심이 없으니 딴청을 부린다.
우리 입시, 더 크게는 교육 시스템이 비판의 도마에 오른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학생의 학습 부담을 덜어준다는 명분으로 학습량을 계속 줄이면서 시험은 변별력을 잃어버렸다. 그저 주어진 보기에서 답을 고르는, 실수 안 하기 경쟁이 돼버렸다. 가뜩이나 수능 과목만을 학습하는 현실을 무시한 채 교과과정 개편 때마다 선택과목을 대폭 늘려, 꼭 알아야 할 기본 지식조차 못 갖추게 만들었다. 황당하지만 이론적으로는 과학 과목을 하나도 선택하지 않아도 이공계 진학이 가능하다.
프랑스의 대학입학 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는 논술식으로 출제되는데 “우리는 기술 발전을 지배할 수 있는가?” 등의 난도 높은 질문이 출제된다. 교육열과 대입 경쟁이 우리 못지않은 중국 장쑤성 지역 입시에도 “개방경제에서 지식재산의 입법과 집행의 조화에 대해 설명하라”는 문제가 출제된 바 있다. 이런 시험을 준비하고 통과한 학생과 우리 학생들이 경쟁이 될까?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수업이 새로운 방식으로 정착되고 있다. 아직은 대면수업이 단순히 온라인으로만 바뀐 형태라 학생의 집중도 저하, 공감·소통 문제가 거론되지만 변화의 시작임은 틀림없다. 최근 서울 강남 사설학원의 ‘스타강사’ 수입이 연간 수백억원에 이른다는 사실이 화제가 됐는데, 앞으로 공교육 현장이 겪을 엄청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강의도 ‘기술 좋은’ 몇몇 강사가 독점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 일선 교사들은 어떻게 해야 하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새롭게 열린 비대면 시대는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큰 도전을 요구하고 있다. 모든 강의가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그룹 토론이 중심이 되는 미국 ‘미네르바 스쿨’은 세계가 주목하는 혁신적인 성공모델로, 우리가 가야 할 길을 보여주고 있다.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토론하고 학생들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보는 교실의 풍경을 그리는 것은 과욕일까? 오늘 수능을 위해 최선을 다해 달려온 49만 수험생의 건승을 빌며 입시라는 관문이 전부가 아니라, 꿈을 향해 나아가는 여러 과정 중 하나임을 기억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