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낸 것은 당선이 확정된 지 18일 만이었다. 지난달 16일 밤에서야 “중·미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기대한다”며 축하했다. 바이든의 당선이 결정되자마자 세계 각국 정상들이 앞다퉈 축전을 보내고, 시 주석이 바이든 당선인과 10년 이상 교분을 쌓아온 점을 감안하면 뒤늦은 축하란 지적이 많았다.
중국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 선언을 하지 않아 결과가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을 내세웠지만, 전문가들은 바이든의 당선을 바라보는 시 주석의 복잡한 속내가 깔려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 정부의 외교 고문인 스인훙 인민대 교수는 “바이든은 대선 내내 중국에 적대적인 태도를 드러냈고 트럼프와 다르게 미·중 관계에 접근할 것이라는 어떤 신호도 보여주지 않았다”고 했다.
바이든은 1979년부터 모두 네 차례 중국을 찾아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 등 당시 중국 국가주석들과 공식 회동했다. 2011년부터는 시 주석과도 여러 차례 단독으로 만났다. 이 때문에 중국 언론들은 바이든을 ‘라오펑여우(老朋友·오래된 친구)’로 부르며 친근감을 강조한다. 바이든도 과거에는 시 주석에 대한 호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대선 과정에서 바이든의 태도는 완전히 바뀌었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토론에서 시 주석을 “민주주의의 뼈가 없는 깡패”라고 지칭했다. 트럼프와의 TV 토론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과 같은 깡패들과 어울리며 미국의 동맹을 멀어지게 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바이든의 대(對)중국 정책은 대선 공약이라 할 수 있는 ‘2020 민주당 정책 강령’에 잘 담겨 있다. 이 강령에는 중국이 22번이나 언급돼 있다. “동맹국과 협력해 중국에 대항한다” “미국의 제조업을 약화시키는 중국에 공격적인 행동을 취한다” “위구르족 등 소수 민족에 대한 탄압 행위를 규탄한다” 등 중국을 공격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바이든의 강경한 입장에 중국은 일단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중국 내에선 임기 내내 중국을 거칠게 몰아붙였던 트럼프의 재선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바이든이 더 위험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와는 적당히 주고받을 수 있었지만 바이든은 이념적으로 완고해 오히려 상대하기 더 어렵다는 것이다. ‘바이든 시대’에 시 주석의 3연임이 결정된다. 중국 공산당은 2022년 당대회에서 시 주석의 3연임 여부를 확정한다. 시 주석이 3연임을 넘어 종신 때까지 집권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를 위해 시 주석은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시 주석은 최근 열린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35년까지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을 작년의 두 배로 키워 미국을 넘어서겠다고 공언했다. 또 내년 상반기에는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리는) 사회’를 실현하겠다며 미국과 본격적인 패권 경쟁에 나설 것임을 내비쳤다.
미국에선 2022년 중간선거가 치러진다.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상원 다수당 탈환에 실패하고 하원에서도 의석이 줄어든 점을 감안할 때 바이든도 중간선거에 총력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간선거에서 승리하려면 바이든 역시 중국을 상대로 한 싸움에서 성과가 필요하다. 바이든 시대에도 미·중 충돌이 격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국도 이에 대비해 치밀한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