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뉴욕 증시는 기록을 쏟아냈습니다. 다우 지수는 한 달 동안 11.8% 올라 1987년 1월 이후 최고 기록을 세웠고 소형주 지수인 러셀2000은 18% 급등해 역대 최고 기록을 달성했습니다. S&P 500 지수는 10.8%, 나스닥도 11.8% 폭등했습니다.
마지막 날인 30일(현지시간) 보잉 카니발 아메리칸항공 등 11월 급등했던 주식의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다우가 0.91% 내리고 S&P500과 나스닥은 각각 0.46%, 0.06% 하락했지만 기록 수립에는 걸림돌이 되지 않았습니다.
시장 분위기는 여전히 뜨겁습니다. S&P 500 기업의 92%가 200일 이동평균선 위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런 높은 비율은 2013년 이후 처음입니다. 또 시카고옵션거래소의 풋/콜옵션 비율은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0.4 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시장 상승을 내다보는 콜옵션이 지난주 3500만개가 거래되는 등 기록적 수준으로 치솟은 덕분입니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 지수(VIX)는 지난 3월말 이후 처음으로 20까지 떨어졌습니다.
미국의 주식형 뮤추얼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에는 자금이 물밀듯 들어오고 있습니다. 주식형 ETF에만 11월에 770억 달러가 순유입 됐습니다.
관건은 이런 낙관적인 분위기가 12월에도 이어지느냐 여부입니다. 예상대로 백신이 풀리고 경제가 정상화되기까지 적어도 5~6개월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통상 뉴욕 증시의 12월은 좋습니다. CFRA에 따르면 1945년부터 따져 12월의 평균 수익률은 1.5%로 열두 달 중 세 번째로 좋습니다. 그리고 12월에 뉴욕 증시가 상승할 확률은 73%입니다. 특히 대선이 치러진 해의 상승 확률은 83%에 달합니다. 이러니 '산타 랠리'라는 말이 나올 만합니다.
하지만 11월에 주가가 10% 이상 올랐을 때는 ‘조용한’ 12월을 보낸 적이 많습니다. 1945년 이후 11월에 10% 이상 오른 적이 11번 있었는데, 다음 달인 12월 상승률은 0.7%에 그쳤습니다. 이는 평균적인 달보다 낮습니다. 또 상승확률도 평균 월(60%)에 못 미치는 45%에 그칩니다.
월가 근무자들에게 전화해보니, 현지 분위기도 비슷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긍정적 백신 뉴스와 경제 정상화 기대가 이미 거의 다 주가에 반영된 듯하다"며 "12월 산타랠리에 대한 기대가 낮아졌다"고 전했습니다.
이날 JP모간은 미국 주식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낮췄습니다. 내년 말 4500을 부르면서 “매수”를 외친 지 3주 만입니다. 기술주들의 주가와 내년 추정 순이익(EPS)사이의 괴리가 커졌다는 게 가장 큰 이유입니다. 그만큼 주가가 단기에 급등했다는 뜻도 됩니다.
'12월 산타랠리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측의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백신 뉴스 나올만큼 나왔다이날은 월요일이었습니다. 지난 3주 동안 월요일마다 그랬던 것처럼 뉴욕 증시 개장 전부터 백신뉴스가 쏟아졌습니다.
모더나는 자사 백신 3상 임상시험의 최종 분석 결과 94.1%의 예방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최종적으로 발표했습니다. 특히 백신을 접종한 경우 중증 환자로 증상이 악화하는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이 회사는 이날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에 자사 백신의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했습니다.
또 벨기에에서 생산된 화이자 백신의 첫 물량이 이날 항공편으로 미국 시카고 공항에 도착했다는 소식도 나왔습니다. FDA는 오는 10일께 백신 긴급사용을 승인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이런 뉴스는 이날 증시에 영향을 주지 못했습니다. 장 초반 다우는 100포인트 가량 내렸지만, 장 중반에는 400포인트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백신을 맞는 데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고 주저하는 미국인들이 많다"며 "백신으로 인한 경제 정상화가 지연될 수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② 코로나 확산은 이어진다미국의 코로나 환자는 29일 기준 13만8000명으로 27일 연속 10만 명을 넘었습니다. 입원 환자는 9만3000명에 달해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추수감사절에 120만 명이 이동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코로나 환자가 폭증할 것이란 우려도 큽니다.
월가 관계자는 "사람들이 코로나로 인한 봉쇄에 지쳐있다"며 "예전처럼 조심하거나 봉쇄를 요구하는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미국 대법원이 지난 25일 가톨릭 교구와 유대교 단체 등에서 종교행사 참석자 수를 제한한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의 행정명령이 부당하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5대 4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면서 각 지역별 봉쇄 조치가 약간 힘을 잃은 상황입니다.
월가에서는 코로나 신규 감염자 증가세가 겨울, 최소 1월까지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③ 경제 지표는 정점을 찍었다미국의 주간 실업급여 청구건수는 지난 주 전주보다 3만 건 늘어난 77만8000건으로 집계돼 2주 연속 증가했습니다. 지난 7월 이후 처음입니다. 또 10월 개인소득은 한 달 전보다 0.7% 감소하고 이에 따라 10월 소비지출 증가세도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 달인 9월에 비해 0.5% 증가하는데 그친 것입니다. 6개월 연속 증가세지만 그 중 증가 폭은 가장 작았습니다.
지난 주 IHS마킷이 발표한 미국의 11월 제조업과 서비스 부문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예상외로 좋았습니다. 제조업 PMI 예비치가 56.7로 전월 확정치 53.4에서 상승했고, 서비스업 PMI 예비치는56.9에서 57.7로 올랐습니다. 각각 지난 2014년 9월, 2015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이에 대해 월가 관계자는 "코로나 재확산이 미국보다 빨랐던 유럽은 이미 PMI가 정점을 찍고 내려오고 있다"며 "미국도 이달을 정점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실업률이 이제 올라가기 시작할 것이고, 내년 1분기 경제성장률은 (코로나가 없던) 전년 동기 대비 수치로 무조건 마이너스로 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발표된 공급관리협회(ISM)의 11월 시카고 PMI는 전월 61.1에서 58.2로 하락했습니다. ④ 부양책은 1조 달러에 못 미칠 것미국의 상하원 의원들이 추수감사절 휴회를 끝내고 30일 워싱턴으로 돌아왔습니다. 오는 11일 2021 회계년도 예산안 데드라인을 앞두고 양측은 협상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NBC 방송은 예산안 규모에 대한 기본적 합의는 이뤄졌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부양책 합의는 한 발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팬데믹 실업급여 프로그램 연장안 등 일부가 예산안에 포함되어 통과될 가능성은 있지만, 포괄적이고 대대적인 부양책에 대한 기대는 낮습니다.
여전히 공화당은 5000억 달러를 주장하고 있고, 민주당은 2조2000억 달러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양쪽간의 차이는 매우 큽니다. 공화당은 1인당 1200달러씩 주는 부양책 수표, 주지방정부에 대한 지원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월가는 내년 1월5일 조지아주에서 벌어지는 상원 의석 2석에 대한 결선투표가 치러진 뒤에야 부양책 시기와 규모가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대략 1조 달러 이하가 될 것이란 관측이 많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조지아주 상원 2석 중 최소 1석 이상은 공화당이 가져갈 것"이라며 "의회 분점이란 현상 유지 가능성이 80%를 넘는 만큼 대규모 부양책이 통과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습니다. ⑤ 바이든 당선 호재도 이미 반영됐다이날 애리조나가 조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인증했습니다. 조지아와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네바다주는 이미 바이든의 승리를 인증했으며, 1일 위스콘신만 개표 결과를 인증하면 각 주별 집계가 마감됩니다.
미 언론에 따르면 바이든은 306명의 선거인단을 확보, 232명에 그친 트럼프 대통령을 제치고 선거인단 과반(270명)을 차지한 상태입니다. 다음 달 14일 선거인단 투표에서 바이든은 차기 대통령으로 확정될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법적 시비를 걸고 있지만, 판판이 깨지고 있습니다. 다만 월가 관계자는 "대선 불확실성이 사라진 효과는 이미 주가에 반영되어 있다"고 말했습니다.
리즈 영 BNY멜론의 시장전략가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주가는 많은 걸 미리 당겨서 반영하고 있고 열기가 조금 식으면서 연말까지 3~7% 조정이 있을 수 있다"며 "하지만 향후 3~6개월 뒤를 본다면 이는 매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12월을 앞둔 투자자들의 고민은 커지고 있습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