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빵투아네트’까지 나왔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세난과 관련해 “아파트가 빵이라면 제가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고 한 말이 ‘씨’가 됐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호텔방 전세공급 발언, 진선미 민주당 의원의 빌라 예찬이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고 했다고 알려진 비운의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를 ‘소환’한 직후인데, 마침 ‘빵’을 언급했다.
비난 여론을 탓하기 전에, 집값·전셋값 폭등에 따른 국민의 부동산 우울증과 상실감이 얼마나 큰지 느껴야 할 것이다. 잠깐이나마 ‘빵 터졌다’는 사람이 있다니 그나마 위안 삼을 일이다.
올해는 유난히 부동산 신조어가 넘쳐난다. 부동산 대란이 ‘신조어 공장’을 쉼없이 돌려서다. 특히 블랙코미디 같은 줄임말이나 조어가 많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 ‘벼락거지’(갑자기 거지 신세가 된 무주택자)에 이어 ‘배배테크’(매매계약을 파기한 집주인으로부터 두 배의 위약금을 돌려받는 것을 비꼰 말), ‘강제중도금’(계약 파기를 막기 위해 매수자가 미리 중도금을 건네는 것)까지 나왔다.
정부·여당 인사들의 망언과 탁상공론, 실책(失策)에서 유래한 ‘호텔거지’(호텔 전세방에 사는 무주택자), ‘청포족’(높은 가점·경쟁률 탓에 주택청약을 포기한 사람), ‘주포원’(복잡한 주택담보대출 상담을 포기한 은행원), ‘청무피사’(청약은 무슨, 프리미엄 주고 사)란 말도 나왔다. 촌철살인의 기발함과 씁쓸한 현실이 겹친 ‘웃픈’ 신조어들이다. 집을 사는 문제로 가정불화를 넘어 참극이 벌어져 하는 말이다.
해외서도 시장 과열 때 쏟아지는 신조어가 있다. 미국에선 최고가 주택을 ‘성층권’, 그 가격을 ‘성층권 가격’이라 부른다. 일본에선 과거 거품이 꼈던 시절, 자고 나면 땅값이 오른다고 해서 ‘토지신화’란 말이 유행했다. 당시 자투리 땅을 사 모아 재개발로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을 ‘땅(값)을 올린다’는 뜻으로 ‘지아게’(地上げ)라 부르기도 했다.
요즘 젊은 세대는 줄임말에 대한 이해도에 따라 ‘인싸’(인사이더·잘 어울리는 사람)와 ‘아싸’(아웃사이더·소외되는 사람)를 구분한다. 하지만 부동산 유행어를 잘 아는 ‘부동산 인싸’들 중에도 낭패를 본 이가 적지 않다. 오죽하면 이번 생(生)은 집이 없어 망했다고 ‘이생집망’이라고 하지 않는가. 유행어 속에 담긴 국민의 불안과 고통을 보지 못하거나, 보고도 못 본 체하는 정부라면 국민이 ‘해고’할 것이다.
장규호 논설위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