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재팬 '재일조선인·혼혈 차별금지' 광고…日, 갑론을박

입력 2020-12-01 15:55
수정 2020-12-01 15:57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일본에서 내놓은 재일 조선인 차별을 담은 광고가 현지 네티즌 사이에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나이키재팬은 지난달 27일부터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계속 움직인다. 자신을, 미래를 ? 미래는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제목의 2분짜리 동영상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자이니치(在日·재일한인)와 흑인계 혼혈을 포함해 축구선수를 꿈꾸는 10대 여학생 3명이 등장하는 이 광고는 학창시절 다른 일본인 학생들로부터 차별과 괴롭힘을 당했던 실제 선수들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만든 것이다. 나이키재팬에 따르면 이 광고는 "어려움 속에서도 온 힘을 다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여자 프로테니스 선수 오사카 나오미와 일본 여자축구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나가사토 유키 등이 이 광고에 특별 출연한 것도 이런 메시지에 공감했기 때문이라고 전해졌다. 오사카는 부친이 아이티계 미국인이며 나가사토는 한때 한국계란 오해를 받았다.

이번 광고에선 오사카의 소셜미디어(SNS) 동영상에 "그녀는 미국인인가, 일본인인가"란 댓글이 붙는 장면이 나오는가 하면, 일본인 여학생들이 학교 화장실에서 흑인 혼혈 학생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며 놀리는 장면이 등장한다.

또 재일한인 소녀(김 야마모토)가 스마트폰을 이용해 '현대의 자이니치 문제를 고찰한다'는 제목의 칼럼을 검색하는 장면, 재일조선학교 교복으로 익히 알려져 있는 한복 치마저고리 차림으로 길을 걸어갈 때 남성들이 수군거리며 지나가는 장면 등도 해당 광고에 실려 있다.

광고 중간엔 "가끔 생각한다. 난 누군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나" "난 왜 평범하지 않을까" "이대로 좋은 걸까" 등 학생들의 고민이 담긴 내레이션 또한 흘러나온다.

이어 광고는 "언젠가 누구나 있는 그대로 살 수 있는 세상이 될 거라고? 하지만 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다짐과 함께 앞서 등장한 재일한인과 흑인 혼혈, 그리고 다른 학생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던 일본인 여학생 등 3명이 축구장에서 함께 축구를 하는 모습으로 마무리된다.

이 광고는 1일 오후 2시30분 기준 유튜브 채널에서 조회수 915만8063회를 기록 중이다.

허핑턴포스트 재팬은 감동했다는 감상과 훌륭한 메시지를 담았다는 감상이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개그맨인 고사카다이오도 나이키 광고가 자신을 울게했다는 취지의 감상을 트위터를 통해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네티즌들은 "학창시절 뿌리와 피부색이 다른 친구가 있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나이키 때문에 한일관계가 점점 더 꼬이고 있다" "이 광고의 한국판을 만들면 한국인들은 일본인 이상으로 화낼 것"이란 등의 글을 적으며 공감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나이키 광고의 '좋아요' 수는 1만9000이지만 '싫어요' 수도 1만8000으로 팽팽한 상황이다.

한 일본 트위터리안은 "충격적이고 위험하다"라며 나이키 광고에 한복이 나오는 점을 들며 "나이키는 재일 지원 기업이었구나. 이제 두 번 다시 사지 않겠다. 주변에도 확산시키겠다!"고 주장했다. 해당 트윗은 1200번의 좋아요를 받았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