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인 린디 씨, 주치의와 따뜻했던 4년 간의 암 극복기

입력 2020-12-01 13:24
암 재발 및 전이 진단받은 날 샀던 화분, 침대 곁에두고 매일 바라봐
4년 후 건강한 모습으로 귀국하며 주치의에게 선물로 화분 전해



동남권원자력의학원에서 4년 넘게 진료를 받고 건강한 모습으로 본국으로 돌아간 암환자가, 주치의에게 4년의 투병기간 동안 키우던 화분을 선물해 가슴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부산국제외국인학교 교사인 호주인 린디 씨(60)는 2016년 11월 대학병원을 찾았다가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들었다. 7년 전 완치됐던 유방암이 재발했고, 폐에 전이돼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이 없다는 것이다.

망연하실하던 환자는 한번 더 정확한 검사를 받기 위해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을 방문했다. 여기에서 혈액종양내과 권경아 과장을 만나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권경아 과장은 “방문 당시 환자가 많이 절망하고 있던 상태였지만, 좋은 신약이 마침 허가된 시점이었고, 이 약이 환자에게 기적적으로 효과가 있었다”며 “방사선치료 등과 병합하자 수년 동안 부분 관해(치료 후 종양의 크기가 작아지거나 암의 진행 정도가 줄어드는 현상)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환자가 회복하기까지는 환자 스스로의 강한 의지도 한몫을 했다. 린디 씨는 4년 동안 입원을 하지 않고 통원치료를 받으면서 교사생활을 지속하며 활기를 유지했고, 철저한 건강식단을 지키고 하루도 운동을 거르지 않으며 면역력을 유지했다. 그 결과, 본인의 소원이었던 큰 아이의 대학진학까지 지켜볼 수 있었고 이제는 가족들이 있는 호주로 돌아가 제 2의 인생을 누리고 있다.

린디 씨는 본국으로 돌아가기 전, 권 과장의 마지막 진료를 받으면서 각별한 선물을 건넸다. 암이 재발됐다는 진단을 받은 날 샀던 화분(안스리움)이 바로 그 선물. 이 화분을 침대 곁에 두고 암으로 마음이 약해지고 몸이 힘들 때마다 “이 작은 생명체도 견디는데 나도 견뎌내겠다”는 마음으로 의지를 다져나갔다. 특히 그는 “권 과장님은 암 뿐만 아니라 힘든 마음까지 치료해 주었다. 나의 이야기를 경청해주었고, 최선을 다해서 치료법을 찾는 모습에서 이 분을 믿으면 살 수 있겠구나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권 과장은 “가족과 자신의 삶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강했던 환자이다. 의료진을 전적으로 믿고 진료 지침을 철저히 지키며 규칙적인 운동으로 면역력을 유지했다”며 “진료 때마다 궁금한 점을 질문하며 자신의 몸을 누구보다 아꼈고, 최적의 컨디션을 유지한 것 또한 치료 효과를 높였다”고 밝혔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