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랜우드PE가 품은 한국유리공업…일자리 가뭄 군산에 '채용 단비'로

입력 2020-11-30 17:54
수정 2020-12-01 02:19
전북 군산에 있는 한국유리공업(사진)은 올해 20명 넘게 정규직원을 채용했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최근 수년간 조선 자동차 철강 등 이 지역 주요 기업이 업황 악화로 줄줄이 직원을 내보낸 것을 고려하면 가물에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이 회사 군산 공장이 신입 정규직을 뽑은 건 27년 만이었다. 토종 사모펀드(PEF)인 글랜우드PE가 지난해 이 회사를 인수한 뒤 일어난 변화다. 글랜우드는 약 3000억원을 들여 프랑스 생고뱅이 보유한 기존 지분을 인수하면서 추가로 400억원 이상을 투입했다. 2022년까지 1300억원가량의 신규 투자 안건도 확정지었다.

1957년 국내 첫 유리회사로 출발한 한국유리공업(브랜드 한글라스)은 KCC와 함께 국내 시장을 양분하다가 외환위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생고뱅에 넘어갔다. 글로벌 회사가 경영을 맡으면서 회사는 정상화됐지만 성장 전략엔 늘 아쉬움이 따랐다. 생고뱅 입장에선 중국 등 시장 규모가 더 큰 사업장에 집중하는 것이 나았기 때문이다. 2013년엔 부산 공장이 문을 닫고 부지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직원도 크게 줄었다.

글랜우드가 지난해 경영에 참여하면서 회사가 활력을 되찾고 있다. 글랜우드는 국민연금 교직원공제회 농협중앙회 새마을금고중앙회 등 큰 손들을 투자자(LP)로 유치해 본격적인 지원에 나섰다. 회사 경영진은 ‘친환경 고효율 코팅유리’에 초점을 맞추기로 전략을 짰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 기조가 확산되는 것을 염두에 둔 행보다.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에도 부합하고 점차 탄소 배출량을 줄여가는 에너지 정책에 호응하려면 열 배출량이 적고 효율이 높은 코팅유리 생산이 필수라고 판단했다. 현재 국내 코팅유리 시장에선 한국유리공업을 비롯해 KCC글라스 LG하우시스 등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글랜우드는 국내 점유율 1위인 코팅유리 분야를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을 마련하고 연구개발(R&D)에 대규모 비용을 투입할 계획이다.

설비 개선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 회사는 탄소배출량을 30% 이상 낮출 수 있는 친환경 설비 도입을 결정했다. 한국유리공업은 기업 고객을 겨냥한 B2B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건설 현장 등에서 대규모 물량을 따오는 수주 기반 영업도 강화할 방침이다. 글랜우드가 과거 동양매직(현 SK매직)에 투자했을 때 B2B 부문인 빌트인 가스레인지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경험을 살린 결정이다.

글랜우드는 대기업의 비핵심 계열사를 인수한 뒤 인력과 설비를 보강해 잠재력을 키우는 ‘카브 아웃(carve-out)’ 전략을 주로 쓰는 PEF다. 이 때문에 고용 유지와 신사업 집중 투자는 필수다. 투자 중인 PI첨단소재, 해양에너지, 서라벌도시가스 등도 마찬가지다. 골드만삭스 출신인 이상호 대표가 이끄는 글랜우드는 800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투자처가 정해지지 않은 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