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석하며 호통치고, 선고 땐 졸고…法 "사과 없었던 전두환" [종합]

입력 2020-11-30 16:57
수정 2020-11-30 16:58

전두환 전 대통령(89·사진)이 5·18 헬기 사격 목격자를 상대로 한 사자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출석하면서 시위대에 호통을 치는가 하면 선고 때는 대놓고 졸기도 했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는 30일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이같이 선고하면서 "피고인(전두환 전 대통령)은 미필적으로나마 5·18 헬기 사격이 있었다고 인식할 수 있다고 보인다"며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회고록을 출판해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판시했다. 특히 "혐의를 부인하면서 성찰과 단 한마디 사과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사자명예훼손죄의 법정형 기준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다. 검찰은 앞서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2017년 펴낸 회고록에서 5·18 기간 군이 헬기 사격한 것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조비오 신부를 '신부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 과정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계엄군 헬기가 기총 사격했다는 주장은 조비오 신부가 처음 제기한 뒤 1995년 검찰과 국방부 합동수사를 통해 이미 사실무근임이 밝혀졌다고 강조했다.

변호사는 "헬기 사격설은 비이성적 사회가 만들어낸 현대판 우상이며 완전한 허구"라며 "광주 상공에서 단 1발의 총알도 발생한 적이 없고 그것이 역사적 진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조비오 신부 외에는 구체적으로 헬기 사격을 증언하는 이가 없다는 점을 들며 "지상에서의 계엄군 기총 소리 등을 마침 성당 근처 상공에서 목격한 헬기에서의 사격으로 착각한 것일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5·18 민주화운동 기간 자국민을 향한 군의 헬기 사격을 인정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측 주장보다는 "헬기사격을 봤다"는 조비오 신부와 관련 기록 등을 더 신뢰한 셈이다.

이날 재판에 출석한 전두환 전 대통령은 선고 진행 와중에 꾸벅꾸벅 조는 행동을 보였다. 아예 고개를 위로 들고 졸기도 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앞서 지난해 4월과 올해 3월 법정에서도 조는 모습을 보였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대부분 불출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는데 출석한 3차례 모두 법정에서 존 것이다. 때문에 전두환 전 대통령 측 정주교 변호사는 "재판부에 결례를 범했다"며 사과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또 전두환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집을 나서면서는 인근 시위대를 향해 "말 조심해 이놈아"라고 해 논란이 됐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