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북부에 있는 한 석유시설이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로켓 공격으로 운영을 일시 중단했다. 중동 내 미군 감축을 앞두고 중동 각지에서 석유시설 등을 겨냥한 무장세력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분위기다.
29일(현지시간)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날 이라크 북부 살라후딘주(州)의 시니야 정유시설이 로켓 공격을 받아 연료 저장탱크에 큰 불이 났다. 이라크 석유부는 이 시설의 정유활동이 수시간 중단됐다가 재개됐으며, 사상자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날 IS는 조직 홈페이지를 통해 "카츄사 로켓 두 발을 쏴 공격했다"며 공격 주체를 자임했다. IS는 2014~2017년 미국 등의 대대적인 소탕 작전으로 세력이 크게 줄었으나 이라크 곳곳에서 잠복식으로 세력을 유지하고 있다. 알자지라는 "이번 공격은 IS가 여전히 이라크 보안군과 주요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격할 수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알자지라는 이어 "시니야 정유시설은 이라크 최대 정유시설인 바이지 시설 근처에 있다"며 "바이지 시설은 이전에도 IS의 공격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었고, IS가 퇴각한 이후에야 재개장한 전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피습된 시니야 정유시설은 이라크 국영 북부석유기업 소유다. 정제 생산 규모가 일평균 3만배럴 수준이고 운영도 수시간 후 재개돼 석유 공급엔 별 타격이 없을 전망이다.
최근 중동에선 석유시설을 겨냥한 무장세력들의 공격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5일엔 중동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항구에서 유조선 한 척이 기뢰 폭발 공격을 받았다. 공격 주체는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지난 24일엔 사우디 주도 아랍연합군이 홍해 남부에서 예멘 후티 반군이 설치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란제 기뢰 5개를 제거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23일엔 사우디 홍해 연안 주요 도시 제다에 있는 아람코 석유시설이 미사일 공격을 받아 불이 났다. 이달 초엔 아랍연합군이 홍해 남부에서 폭발물을 대거 실은 후티반군의 원격조종형 선박 두 척을 나포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중동 내 미군을 대거 줄이고 있는 것도 최근 중동 정세 불안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이래 중동 각국에 주둔 중인 미군 규모를 감축하고 있다.
지난 18일엔 트럼프 행정부가 트럼프 대통령 퇴임 5일 전까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배치한 병력을 각각 더 줄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라크 주둔 미군은 기존 규모의 약 17%인 500명이 줄어든다.
국제 원유가격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코로나19) 개발 기대감에 따른 랠리 이후 조정을 거치는 분위기다. 오전 11시50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45.07달러, 북해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47.72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WTI유는 지난 26일엔 45.71달러에 거래돼 지난 3월 초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을 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