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피해를 입은 개인 채무자와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에 대한 금융지원 규모가 250조원을 넘어섰다. 금융당국은 대출 원리금 상환 시기를 늦춰주면서,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일시에 중단하지 않고 최대 수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연착륙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29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월 7일부터 이달 20일까지 정책금융기관과 시중은행 등이 코로나19 금융지원을 명목으로 융통해준 자금이 250조9000억원(235만9000건)에 달했다. 대출 만기 연장이 110조2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신규 대출은 1·2차 소상공인 긴급대출 17조5000억원 등을 포함해 88조1000억원 규모다. 신용보증기금과 수출입은행 등을 통한 신규 보증과 보증 연장이 52조7000억원이다. 업종별로는 음식점(43만 건)과 소매(38만 건), 도매(29만 건) 순으로 많았고 여행·레저·숙박도 11만 건의 지원이 이뤄졌다.
대규모 지원에 따른 금융 부실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정부는 “불이 나면 물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은성수 금융위원장)며 불가피하다는 반응이다. 금융당국은 신규 자금 공급과 함께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도 이어가고 있다. 당초 올해 9월부터 끝나는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의 대출 원리금 상환 유예는 내년 3월 이후로 미뤘고, 개인 채무자에 대해서도 원금 상환 유예 기간을 올해까지에서 내년 6월까지로 늦췄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수그러들기는커녕 위험 수위를 넘나드는 상황까지 도달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자금 회수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며 “심지어 돈이 더 풀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이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수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전략을 검토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대출 원리금 유예를 좀 더 연장하거나 회수에 들어가더라도 채무자 부담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진행할 수 있다는 등의 얘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당연히 출구전략을 마련하고 있다”면서도 “코로나19 변수로 유동적일 수밖에 없어 구체적인 방안을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