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우스’ 김태훈(35·사진)은 올해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투어 데뷔 13년 만에 처음으로 대상을 받았고, 상금왕까지 차지했다. 역시 처음이다. 그의 눈은 벌써 유럽을 향하고 있다. 김태훈은 “대상 수상으로 유럽피언투어 출전 카드를 받은 게 여전히 설레게 한다”며 “2년 뒤 진출할 유럽 무대에서 지지 않기 위해 모든 노력을 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네시스의 남자’로 재탄생김태훈에게 올해 붙은 새로운 별명은 ‘제네시스의 남자’다. 우승한 대회, 상금왕, 대상을 따낸 타이틀 앞에 여지없이 ‘제네시스’가 붙었다. 부상으로 받은 제네시스 자동차만 2대. 김태훈은 29일 경기 용인 JMS골프클럽에서 기자와 만나 “다른 대회보다 격이 높다며 아내가 내내 우승하길 바라던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것이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회 우승과 대상에 따른 부상으로 받은 자동차는 어머니와 아버지께 한 대씩 드려 밀렸던 효도를 할 생각”이라고 했다. 아버지 김형돈 씨(59)는 아마추어 때부터 20년간 김태훈의 캐디백을 메고 있다. 김태훈은 “아버지와 함께하는 마지막 시즌일 것 같은 내년엔 올해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고 말했다.
김태훈은 올 시즌 대상 확보를 위해 큰 결정을 했다. 제네시스챔피언십 우승으로 얻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더 CJ컵’ 출전권을 포기한 것. 그는 아예 제네시스챔피언십에 출전하기도 전에 만료 여권의 기간을 연장하지 않는 배수진을 쳤다. “우승하면 미국에 가고 싶어질 것 같았다. 마음이 흔들릴까봐 퇴로를 차단한 것”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김태훈의 선택은 대성공을 거뒀다. CJ컵에 대상 포인트 최상위 선수들이 출전한 사이 국내 대회에 남아 대상 포인트와 상금 순위를 1위로 끌어올린 것. 대상과 함께 2022년 유러피언투어 시드라는 선물도 받았다. 김태훈은 “2016년 유러피언투어 큐스쿨을 준비하다가 손목 부상으로 포기한 적이 있다”며 “대상 2연패를 달성해 유럽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을 길게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장타 앞세워 유럽 무대 공략김태훈은 적지 않은 나이에도 해외 진출에 자신이 있었다. 그는 “유럽에서 잘 친다는 선수들과 쳐봐도 거리에서 밀린다는 느낌은 없었다”며 “익숙지 않은 코스와 이동에 대한 부담만 이겨낸다면 충분히 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3년 장타왕을 차지했던 김태훈은 올시즌도 평균 드라이브 샷 거리 304.5야드를 기록하며 코리아투어 전체 4위에 올라 있다.
김태훈은 학창 시절 역도팀을 쫓아다니며 하체 운동을 한 것이 장타의 비결이라고 귀띔했다. 프로야구 해태 타이거즈 강타자 출신인 김준환 씨(65)가 큰아버지인 김태훈은 중학교 3학년 때부터 4년간 방학이면 하이트진로 역도팀과 함께 역도장에서 살다시피 했다. 김태훈은 “고등학생 때 몸무게는 66㎏인데 허벅지는 26인치까지 기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고등학생 때 스쿼트를 220㎏까지 들었다”고 덧붙였다.
김태훈은 올해 받은 상금(4억9593만원)으로 내집 마련을 한다는 생각이다. 김태훈은 “3년 전 결혼하면서 전북 전주에서 용인으로 이사 왔는데 집을 안 사 후회가 많다”며 “유럽에 나가 있는 동안 가족이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집을 마련할까 한다”고 말했다.
용인=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